[사설] 코로나 재확산, 아이들보다 못한 어른들

입력 2020-09-01 06:30:00

경산중앙유치원이 평소 코로나19 예방수칙에 따라 원아들을 일정 간격을 두고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경산중앙유치원 제공
경산중앙유치원이 평소 코로나19 예방수칙에 따라 원아들을 일정 간격을 두고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경산중앙유치원 제공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꼽히던 대구가 다시 수도권발(發) 전파와 잇따른 확진자 발생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30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나왔고, 4명이 감염된 31일 수성구의 한 병원은 통째로 격리가 됐다. 무엇보다 이런 코로나 확산은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과 방역 수칙 무시의 결과로, 애꿎은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까지 고통을 겪는 일이 뼈아프다.

수도권발 대구의 코로나 재확산에서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가 책임질 행동에서 벗어날 경우, 어떤 재앙과 불행을 감수해야 하는지 절감하게 됐다. 수성구에서는 당국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0% 가까운 교회가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일부 교회의 지도자는 대구시의 방역 수칙 준수 요청도 지키지 않았다. 결국 대구 사랑의교회에서는 무려 38명이나 집단감염된 것으로 나타났고, 대구 서구의 60대 남성은 자가 격리 조치를 어기고 요양원을 방문해 수용자 10명에게 감염을 전파하게 됐다.

이런 그릇된 어른들과 달리 어린 아이와 학생들이 실천한 방역 수칙 행동은 눈물겹다. 경산의 한 유치원에서는 지난달 23일 감염 유치원생 1명 발생 이후 철저한 방역 방침을 따른 덕분에 173명의 원생과 32명의 직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아이들이 교사 지도에 따라 하나같이 스스로 손 씻고, 마스크 끼고, 떨어져 앉기와 같은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배운 그대로 지킨 결과이다. 최근 중·고등학교의 확진자 발생 이후 검사에서 학생과 학교가 무사한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코로나19에서 보여준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의 모범적인 방역 수칙 준수는 아이가 어른의 거울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또한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부모가 자녀들로부터 배울 차례이다. 이제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 하나로 빚어진 코로나 재앙을 거울 삼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른 스스로 방역 수칙 실천으로 아이와 자녀에게 부끄럽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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