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며느리 대신 손주 소풍·운동회 늘 돌바주시고
보고 싶은 시어머니께!
방학하면 며느리 힘들다고 항상 곰국 끓였다며 가져가라고 전화하시던 목소리 그립습니다.
항상 며느리 바쁘다고 조금이라도 도움 될까 싶어서 밑반찬이랑 채소를 준비해 주시던 그 모습 그립습니다.
어머니는 남달리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이웃들 돌잔치 결혼식 음식도 다 해주셨던 그 손맛이 그립습니다.
어머니가 담가 놓았던 매실 엑기스를 먹을 때마다 그립습니다.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이불홑청을 볼 때도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틀바느질 잘하시던 어머니 솜씨 배워보고 싶었는데, 결국은 배우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아있는 재봉틀을 볼 때도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살림 솜씨 없는 며느리 대신해서 항상 도시락 밑반찬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점심 먹을 때마다 전 어머니 음식솜씨 자랑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 그 솜씨 제가 따라 갈 수 없어서 아쉽고 그립기만 합니다.
얼마 전 아들이 결혼해서 내가 시어머니가 되고 보니 어머니께서 저를 위해서 얼마나 수고를 많이 하셨는지 넘치게 감사드립니다. 손자 손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돌봐주시고 아이들 운동회 때나 소풍 때도 바쁜 엄마를 대신하여 항상 따라가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안 계셨다면 직장생활을 중도에 그만두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게 어머니 덕분입니다.

살아계실 때 맛있는 것 많이 사드리고 함께 놀러 다니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내가 명예퇴직하고 나서는 요양병원에도 자주 갈 수 있었는데, 퇴직하고 한 달도 안 되어서 돌아가셨으니 정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더 자주 가지 못한 게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입니다.
평소에는 워낙 기억력도 좋으시고 일도 열심히 하셔서, 이렇게 치매가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나마 중환자실에서 오래 계시지 않고 고생을 덜 하시고 가신 게 위안이 됩니다.
어머니 가시던 날은 봄날인데도 흰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자식들이 이날을 오래오래 기억하라고, 하늘이 축복을 내려주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아버지 돌아가시고 7개월도 되지 않아서, 어머니마저 돌아가셔서 남편도 저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영천호국원에 가서 뵙고 옛날 추억을 되새기곤 합니다.
어머니 가신 지 3년이 지났지만, 생활 곳곳에 깃들어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부디 그곳에서 모든 것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어머님!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더운 여름날 어머님 김순금 씨를 생각하면서 며느리 소경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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