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블록버스터 웹 콘텐츠 ‘가짜사나이’

입력 2020-08-26 11:39:17 수정 2020-08-27 20:42:01

4천만 조회 수 돌파한 ‘가짜사나이’, 그 성공의 비결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콘텐츠 '가짜사나이'.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콘텐츠에 있어서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7회분의 영상에 총 조회 수가 무려 4천만 건이 넘는 초대박 성공을 거둔 것. 이제 유튜브 바깥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가짜사나이'의 인기는 무엇 때문일까.

◆'장르만 코미디'에 등장한 이근 대위

최근 방영된 JTBC '장르만 코미디'에는 유튜브 콘텐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낯설 수 있는 한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이근 대위다. KBS '개그콘서트' 폐지로 갈 곳 잃은 개그맨들이 JTBC에서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한 아이템 회의를 거듭하다 최근 뜨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그 중 한 개그맨이 최근 일반인들의 UDT 훈련을 리얼리티로 담아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를 언급하고 유튜버들이 훈련을 받은 것처럼 자신들도 그런 훈련을 받는 이른바 '가짜 연예인'을 기획하게 된다. 그리고 '가짜사나이'에서 교관 역할을 맡은 후 갖가지 유행어는 물론이고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근 대위가 등장한다.

이근 대위는 이제 이들 개그맨들을 데리고 무인도에 들어가 생존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장르만 코미디' 같은 메인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 JTBC 채널에서 웹 콘텐츠로 인기를 끈 '가짜사나이'의 주인공을 섭외하는 이 풍경은 지금의 달라진 매체의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이 구가했던 시대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로 유튜브 콘텐츠가 올라오게 된 것.

사실 이근 대위는 예전 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에 출연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짜사나이'의 성공으로 이근 대위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게 됐다. "너 인성 문제 있어?"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 빨리 뛰겠다" "4번은 개인주의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같은 방송에 포착된 그의 말들은 모두 유행어가 되었고 과거 영국의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독한 훈련으로 포기자들을 속출하게 만든 영상은 레전드로 불리게 되었다.

'가짜사나이'는 이근 대위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했던 교관들 역시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잘생긴 외모의 에이전트H는 이른바 '남친짤'로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고, 로건과 야전삽 짱재 역시 외모와 달리 귀여운 캐릭터로 화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한 잡지가 이 교관들을 화보로 실을 정도로 이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도대체 '가짜사나이'는 어떤 콘텐츠이고 무엇이 이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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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콘텐츠 '가짜사나이'. 유튜브 영상 캡처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했지만 더 실감나는

'가짜사나이'는 제목에서 눈치 챘겠지만 MBC의 종영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했다. 강도 높은 훈련 영상들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훈련을 받는 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인터뷰가 병치되어 편집되는 방식은 '진짜사나이'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특히 인터뷰 장면에 이름과 함께 들어가는 '겁쟁이', '뷰티 유튜버' 같은 그 때 그 때 상황을 짧게 설명해주는 문구들은 '진짜사나이'의 예능적 센스가 묻어나던 자막을 떠올리게 한다.

제목은 '가짜사나이'인데 훈련 강도는 '진짜사나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서 이 콘텐츠에 붙은 '가짜->진짜, 진짜->가짜'라는 댓글이 그냥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게 단 몇 분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군대를 다녀왔고 유격훈련 같은 걸 받아본 사람이라면 시작부터 '원산폭격'이 이어지고 끝없이 반복되는 입수와 얼차려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힘겨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참가자들 중에는 너무 힘들어 토하는 이도 있고,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힘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손바닥이 다 까져 붕대로 퉁퉁 감고도 훈련을 하는 모습이나,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보트를 머리에 이고 이동하거나 식사를 하는 장면, 땅을 파고 은폐하는 비트를 구축하기 위해 새벽까지 삽질을 하는 장면 등 우리가 '진짜사나이'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강도의 훈련들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

어찌 보면 너무 가학적인 느낌마저 들지만, 훈련에 참가한 이들과 이들을 훈련시키는 교관 사이에는 나름의 진정성이 존재한다. 힘든 훈련 끝에 교관이 이들을 앉혀놓고 유튜버로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말해보라는 대목에서 늘 가볍게만 보였던 한 유튜버가 "공황장애"를 외치는 장면은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그들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 더 강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교관의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대박 콘텐츠가 된 '가짜사나이'가 만들 새로운 풍경들

'가짜사나이'는 피지컬 갤러리라는 자세교정이나 운동법을 알려주는 채널의 김계란이라는 1인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콜라보 프로젝트였다. 먹방 유튜버인 공혁준과 함께 한 살빼기 운동 프로젝트 도중 김계란이 그의 게으름을 지적하며 꺼낸 UDT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씨가 되었다. 역시 UDT 출신이었던 김계란은 무사트(MUSAT)의 이근 교관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이로써 '가짜사나이'가 탄생했다. 무사트는 글로벌 보안 전문 회사로서 군부대 및 정부기관, 기업, 개인에게 맞춤형 전략 전술 장비 자문 및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회사다.

유튜버, 스트리머, 힙합 뮤지션 등이 참여해 UDT 고강도 훈련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가짜사나이'는 총 7개 에피소드 영상으로 만들어졌고 가장 관심이 폭발했던 첫 번째 에피소드만 간단히 1천만 조회 수를 넘긴데 이어 지금 현재 이 7개 영상의 총 조회 수가 4천만 건이 넘어간다. 총 제작비는 5천만원으로 유튜브 콘텐츠로서는 블록버스터급이라 할 수 있다. 애초부터 광고 스폰서를 잡고 만들어진 콘텐츠지만 이런 초대박으로 인해 총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몇 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9월에 시즌2를 선언한 '가짜사나이'는 좀 더 높은 8천만원의 제작비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시즌2 참여자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시즌1을 이미 봤던 터라 '준비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더 강도 높은 콘텐츠가 예고됐다.

'가짜사나이'가 의미를 갖는 건 지금껏 1인 미디어들의 영세한 일상 영상 정도가 웹 콘텐츠라고 생각했던 그 선입견을 이 블록버스터 프로젝트가 보기 좋게 깨놓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출연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유튜버들이 콜라보 형태로 참여하고, 그래서 영상도 메인 에피소드와 더불어 유튜버들이 올린 외전 성격의 영상들도 넘쳐난다. 이러한 콜라보 프로젝트는 각각의 개인 유튜버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고수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참여하는 대형 콘텐츠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미 유튜버의 영향력이 입증되면서 아예 메인 스폰서를 잡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사나이'는 웹 콘텐츠의 새로운 영역 하나를 확장해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는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시즌2가 만일 성공한다면(사실상 성공은 확정적이지만) 이 여파는 웹 콘텐츠들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을 웹 콘텐츠로 보게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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