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통증의 왕' 대상포진, 더 무서운 합병증

입력 2020-08-25 15:41:56 수정 2020-08-25 18:48:18

면역력 떨어지는 8월 발생 최다…"백신으로 예방하세요"
60세 이상, 대상포진 과거력 상관없이 예방접종 권장
작년 74만명 앓아…피부에 극심한 통증 동반 발진·수포
증상 좋아졌다고 방치하면 안 돼…신경통·안면신경마비 초래할 수도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체력 저하와 실내외 온도차로 인한 체온변화 등으로 면역력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 시기 조심해야할 질환이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보통은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특징적인 물집 형태의 병변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대상포진은 젊은 사람에서는 드물게 나타나고 대개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발병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4만4천516명이 대상포진으로 진료를 받았고,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또한 대상포진 발병 시 50대~60대가 진료 일수가 가장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치하면 신경통, 치매 등 발병 위험 ↑

대상포진은 피부의 한 곳에 통증을 동반한 발진과 수포들이 뭉쳐 나타난다. 몸의 좌우 중 어느 한쪽으로 일정한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고, 1~3일후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여러 개의 물집들이 무리지어 발생하는데 대상포진(帶狀疱疹)이라는 이름도 이러한 모양에서 지어진 것이다.

이러한 수포들은 노란 농포로 변하다가 딱지가 생기는데 치료에는 2~3주의 기간이 걸린다. 주로 가슴과 등쪽에 발병이 많으며 얼굴이나 팔, 다리, 두피, 엉덩이 등 신체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상포진 후에는 신경통으로 이어지거나 발생부위에 따라 눈에 발생하면 시력장애, 각막염 등을, 얼굴에 발생하면 안면신경마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수포는 2~3주간 지속되며, 수포가 사라지면서 농포나 가피가 형성되고 점차 증상이 좋아지는데 접촉 등에 의해 물집이 터지면 궤양이 형성될 수도 있다. 피부의 병적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해당 부위가 계속 아프기도 하며,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도 있다.

급성기 대상포진 치료는 항바이러스 치료제 투여가 표준이 되고 있다.

치료를 시작하면 빠르게 치유되지만 피부의 병적인 증상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2차 세균감염이 발생해 곪을 수 있다. 노인이나 면역억제 환자의 경우 피부의 이상 증상이 모두 좋아져도 포진성 통증이 남는 경우가 흔하다. 눈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는 경우에는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고, 바이러스가 뇌수막 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바이러스는 잠복상태로 몸속에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되면 다시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대상포진에 걸린 후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84%의 환자와 치료를 받지 않은 16%의 10년간 치매 발생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대상포진을 치료하지 않은 집단에서 실제 치매가 발생한 비율이 치료집단보다 1.3배 높았다.

반면 대상포진을 앓았어도 항바이러스제로 치료받은 집단에서는 추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4분의 1 정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신경을 침해하는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성질이 체내 염증과 면역체계 이상을 유발하면서 치매 발병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걸렸어도 60대 이상 예방접종 권장

대상포진은 이 밖에도 다양한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어 고령 환자일수록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상포진 환자의 약 절반은 1개월 이내에 발진 및 통증이 회복된다. 그러나 30%정도는 3개월 정도까지 증상이 이어지며, 나머지 20%는 3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증상이 남는 경우가 있다.

바이러스가 통증을 담당하는 감각신경을 침범하면 통증이 발생하고,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에 침범하면 팔·다리에 힘 빠짐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70대 이상에서는 약 29.7%의 환자들이 대상포진이 발생한 후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연령이 높거나 ▷수포 발생 전이나 초기에 통증이 심하고 ▷수포가 넓은 부위에 나타났을 경우 ▷얼굴에 대상포진이 발생했을 때 ▷대상포진 치료를 늦게 시작했을 때 많이 발생하게 되고 증상도 심하다.

과거 수두에 걸린 경험이 있으나 아직 대상포진이 발병하지 않은 노인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을 받은 경우 대상포진이 발병할 확률이 낮아지고, 발병하더라도 그 증상을 완화하고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60세 이상 성인에게 권장되며 50세 이상부터 접종할 수 있다. 대상포진 과거력 유무에 상관없이 1회 접종하고, 만약 대상포진을 앓았을 경우에는 회복 후 6~12개월 지난 후에 접종가능하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평상시 면역력을 높이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스를 줄여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홍정민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시지부 진료과장(감염내과전문의)은 "50~60대에 많이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초기에 신속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인 신경통 등을 남길 수 있고, 노인성질환인 치매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져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예방접종으로 60~70% 예방이 가능하며 발병하더라도 합병증의 발생 위험을 낮춰 대상포진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