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외동아들을 데리고 귀향한 그녀(전도연 분). 시골에서 피아노 학원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점차 고향 생활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랑하는 아들이 납치되고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삶의 희망이 무너져 내린다.
망연자실한 그녀에게 이웃은 교회를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할 것을 권유한다. 기도회에 열심히 참여한다. 맹목적인 기독교인이 된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죽인 납치범을 용서하고 싶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납치범을 면회한 그녀.
"주님의 사랑으로 당신을 용서하기 위해 왔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다. 하나님이 용서해주신 덕분에 너무 마음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한다.(영화 '밀양' 중에서)
신천지교회로 촉발된 코로나19 대구경북 대확산이 의료진과 방역 당국의 눈물겨운 사투로 6개월여 만에 숙졌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단체모임 자제하기 등 국민들의 차분한 대응은 전 세계인의 모범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때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2차 대유행이 번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함이 밀려온다. 특정 교회와 이를 이끌고 있는 목사가 코로나 방역에 저항하거나 방해하면서 오히려 확산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슈퍼 전파'의 진원지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다. 특히 이 교회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 담임목사는 거짓과 음모론으로 교인과 국민을 현혹하는 반사회적 작태를 일삼고 있다.
그는 집단 예배를 강행한 데다 서울시의 자가 격리 명령을 어기고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다. 지난 3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그는 '위법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보석으로 풀려난 터였다.
그런데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 "나는 지금 멀쩡하다. 열도 안 오르고 증상이 전혀 없다. 그런데 격리 대상으로 정했다고 (지방자치단체가) 통보를 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예배에 참여하면 성령의 불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확산과 관련,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다가 테러를 했다. 바이러스 균을 우리 교회 모임에다 부어버렸다"고 했다가 "테러가 북한 소행일 것 같다"고 북한 테러설까지 폈다.
그의 황당한 음모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 2주 전부터 바이러스 테러를 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왔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후 손 소독부터 열 체크, 마스크 착용을 해왔고, 그동안 한 건도 (확진자가) 안 나왔는데, 8·15 대회를 앞두고 확진자가 쏟아졌다"고 했다. 광화문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누군가 테러를 감행했다는 것.
서울의료원에 입원한 뒤에도 그는 기독교계 한 언론에 "(사랑제일교회) 성도들 보건소 가면 양성인데 병원 가면 음성인 게 수십 명씩 나온다"며 또 다른 음모론을 내세웠다.

전 목사의 돌출 언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시절, 당시 황교안 대표를 향해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황비어천가'를 불렀다.
지난 17일 확진 판정 뒤 구급차에 올라 마스크를 내린 채 미소를 띠며 휴대전화를 하는 전 목사의 모습에서 영화 '밀양'에 나온 납치범의 미소가 겹쳐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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