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쇠러 가나 마나" 벌써부터 추석 연휴 걱정

입력 2020-08-20 18:15:45 수정 2020-08-20 20:10:27

"확산 막으려면 고향 방문 말아야" vs "안 갈 수 없어"
"정부가 나서 결단 내려달라"… 청와대 청원 글 올라오기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구국제공항이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다. 20일 오전 대구공항 대합실이 중국 연길행 탑승수속을 하려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구국제공항이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다. 20일 오전 대구공항 대합실이 중국 연길행 탑승수속을 하려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설 연휴 직후에 코로나19가 크게 퍼졌는데…"

코로나19 재확산세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가 골칫거리로 돌변했다. 추석 연휴에 고향에 있는 가족을 방문할지 저울질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재확산세를 감안하면 전국 단위 대이동이 예상되는 명절에 타지역을 방문하는 게 꺼려진다는 목소리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가정주부들의 고심이 담긴 글이 부쩍 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고, 대구에서도 44일만에 신규 확진자가 생긴 상황에서 연휴 기간 대이동이 확산세에 불을 댕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내용이 태반이다.

추석 연휴는 아직 한 달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학습효과 탓이다. 사흘 이상 이어지는 연휴 이후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전례가 있다. 설 연휴 직후에 확진자 수가 폭증했고, 이달 17일 임시공휴일을 낀 사흘간의 연휴 동안 재확산세가 강해졌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방문해야 하거나,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은 걱정이 더 크다. 주부 권수경(33) 씨는 "시댁이 서울에 있어 하룻밤을 자고 와야 하는데 아이가 어려 고민이다. 타 지역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들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휴게소도 웬만하면 들르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먼저 '가지 않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해 눈치만 보고 있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설화(32) 씨는 "결혼하고 맞는 두 번째 명절이라 시댁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잠깐 와서 밥이나 먹고 가라든지, 아이들 얼굴이나 잠시 보여주고 가라는 말을 하면 안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지침을 세워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지침이나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선택에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실제로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명절 활동을 자제하고 싶어도 주위 어른들, 부모들이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집이라면 명절 모임 참석을 강요하는 예도 많다. 정부에서 확실한 지침을 내려 공익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20일 오후 5시 현재 동의 인원은 7천7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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