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1살, 7kg)가 내원하였다. 표정 만큼이나 쾌활해서 동물병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기 바쁘다. 너무 사교적이라 간호사가 타스를 안아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간호사 입술을 핥기 시작한다. 궈여워하던 간호사도 버거워할 정도였다.
타스의 지나친 애정 공세가 보호자의 고민이라는 심정을 이해할 만 했다.
보호자는 타스의 핥는 행동을 좋아하면서도 그 정도가 심해서 난감할 때가 있다고 하셨다. 그나마 침 범벅은 참을 만한데 타스가 핥고나면 입술 주변이 알러지 처럼 퉁퉁 부어오른다고 하소연하셨다.

보호자에게 상담드리기가 편했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타스 보호자들에게 우리 집 상할머니, 깜순이(16살)와의 일상을 얘기해드렸다.
깜순이는 들을수 없고 눈도 잘 보이지 않고 걷기도 불편하다. 올해 들어서는 하루 종일 자는 편이며 식사 때와 대소변 볼 때 만 조금 움직인다. 내가 다가가 엎드려 얼굴을 내밀어야 겨우 알아본다. 일단 나를 알아보면 불편한 뒷다리를 휘젓다시피 다가와서는 연신 입술을 핥아대기 시작한다. 콧구멍까지 구석구석 핥아준다. 한참 동안 애정공세를 퍼붓고 나서야 만족한 듯 헤헤거린다.
심한 입냄새도 감수해야 하지만 깜순이가 연신 핥은 입술 주변은 벌겋게 부어오른다. 그러면 세면대에 찬물을 받아두고는 얼굴을 푹 담근다. 다행히 2~3분 정도 지나면 붓기는 가라앉는다.
깜순이와의 일상을 들려드리자 가족들은 격하게 공감하며 문제가 해결된 양 만족해하셨다. 깜순이와의 일상을 얘기했을 뿐인데 고민이 해결되었다.
반려견과의 교감은 참 신비롭다. 작은 생명이 나를 이토록 의지하는 데 감명받으며 더 잘 돌보려한다. 여러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 세상 만사에도 한껏 너그러워 진다. 타스 가족들도 그 불편함을 너그럽게 감수하기로 마음 먹으신 듯하다.
개가 누군가를 핥아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신뢰 한다는 의미이다. 어미의 보호를 받던 유아기 때 각인된 가장 친근한 표현법이다. 핥는 행동을 자주 표현하는 개는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애정 표현을 자주하는 가정의 아이일수록 자존감이 높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이유와 같다.
타스 보호자에게는 이러한 애정 표현을 가족들이 행복하게 누리기 위해서 타스의 치아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설명드려야 했다.
건강한 반려견도 평균 4-5세가 되면 치석이 생기기 시작한다. 체형이 왜소한 소형견 일수록 치아 상태는 더 빨리 악화된다.
평균 6~8세 정도가 되면 잇몸뼈가 녹아내려 치주가 노출되기 시작하며, 치석이 두텁게 형성된다.
치석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잇몸염증과 치주 손상이 심각해져 있음을 의미하며, 발치해야 하는 치아들이 있을 수 있다.
치주질환이 심할수록 치아와 잇몸 사이 염증이 심화되며, 세균 증식의 온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입냄새가 역해지고 침과 비말을 통해 호흡기와 피부에도 해를 끼친다. 혈관을 통해 흡수된 세균은 심장판막질환과 콩팥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치과질환과 잇몸병이 심한 개를 대하는 가족들의 건강에도 위해를 끼친다.
반려견의 치석 예방을 위한 양치질은 개의 생명 연장과 가족들의 위생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강조드리고 싶다.

시중에 유통되는 개껌이나 기능성 치약들은 대부분 효능이 미약하다. 치아와 잇몸 사이의 치태(플러그)를 제거하는 것이 치석 방지의 대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먹어버리는 기호성 높은 개껌과 애견용 치약은 그 효능을 의심해야 한다.

가장 쉽고 효과적인 양치 방법은 치아의 바깥 면을 하루 1회 이상 닦아주는 방법이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 끼어 있는 치태(플러그)를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손가락 끝에 가아제나 화장솜을 작게 뭉쳐 부드럽게 치아와 잇몸사이를 좌우로 문질러 주면된다. 입을 벌릴 필요가 없다. 치아의 내측 면은 풍부한 침과 혀의 왕성한 움직임 덕에 치태가 자연스레 청소되는 편이다. 어금니- 송곳니- 앞니 순으로 서서히 적응시켜 나간다.
익숙하지 않은 개에게 강압적으로 양치를 시도하려다 보면 개가 거부할 수있다. 좋아하는 통조림 기름이나 달달한 올리고당을 거즈에 묻혀 잇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시늉을 먼저 시도한다. 개의 입장에서 기분좋은 지방취나 달달한 맛이 느껴지면 거부감이 줄어든다. 양치 후 칭찬과 보상을 집중해 줄 필요가 있다.
이미 치아 표면에 누렇게 침착된 치석이 닦여지지 않고 남아있다면 동물병원에 가서 스케일링과 폴리싱을 받은 후 양치질을 시작하여야 한다.
치아 주변에 두터운 치석이 형성되어 있다면 이미 치아 상태는 매우 나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물병원에서는 X-ray검사 등을 통해 치주골의 융해 정도와 잇몸의 상태를 고려하여 치과 치료를 결정하고 가정에서의 관리방법을 상담드릴 것이다.
반려견 양치질은 유치가 자라는 생후 3개월 부터 습관들이기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꼼꼼하게 치태를 닦아낼 필요 없이 가벼운 놀이 하듯 양치 습관을 익혀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치아를 관찰하며 유치잔존이나 부정교합을 체크하는 의미가 더 크다.
반려견의 양치질은 수명을 늘리고 가족의 건강을 고려한 반려인의 펫티켓으로 이해하자
⦁ 양치는 어릴때 부터 습관들인다.
⦁ 양치는 칭찬과 보상이 곁들여져야한다
⦁ 양치는 치아의 바깥 면의 치태(플러그)를 닦아낸다.
⦁ 이미 치석이 형성되어 있다면 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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