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그 대통령에 그 장관

입력 2020-08-13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줄탁동시(啐啄同時)를 화두로 꺼냈다.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는 것처럼 검찰의 안과 밖에서 결단·호응을 통해 검찰 개혁을 성취하자고 주문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르면서 추 장관이 언급한 줄탁동시는 대중(大衆)이 아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란 게 드러났다.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인사 학살하더니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선 정권 입맛에 맞춰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들을 대거 영전시켰다. 추 장관 인사에 항의해 사표를 던진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추 장관이 내세운 줄탁동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조직 전체가 아닌 정권 홍위병 역할을 하는 일부 검사들과 추 장관 사이의 줄탁동시였을 뿐이다. 줄탁동시의 목표도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을 정권 손아귀에 계속 틀어쥐는 것이고,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추 장관과 정권의 '애완용 검사들'(김웅 미래통합당 의원 표현)은 윤 총장을 둘러싸 같이 쪼아 대는 줄탁동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추 장관이 꺼낸 줄탁동시가 내포한 '불순한 의도'를 일찍이 간파한 이가 있었다. 김웅 의원이다. 그는 지난 1월 검사를 그만두면서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이라며 "그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는다"고 했다. 정권의 충견(忠犬)이 된 검사들이 활개 치는 지금의 사태를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줄탁동시가 지닌 웅숭깊은 의미를 파괴한 추 장관만을 나무랄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춘풍추상(春風秋霜·남을 대할 때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 액자를 걸어 놓고 정반대 언행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더는 춘풍추상과 줄탁동시를 들먹이기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 대통령에 그 장관이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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