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

입력 2020-08-21 16:30:00

시청률 낮아도…나를 알리는 가장 큰 '창구'

현재 TV에서 방송중인 음악 순위 프로그램 로고들. 왼쪽 위부터 KBS
현재 TV에서 방송중인 음악 순위 프로그램 로고들. 왼쪽 위부터 KBS '뮤직뱅크',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왼쪽 아래부터 Mnet '엠카운트다운', MBC M·MBC 에브리원 '쇼챔피언', SBS MTV '더 쇼'. 각 방송사 제공

지상파와 케이블 TV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6개가 있다.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Mnet '엠카운트다운', MBC M·MBC 에브리원 '쇼 챔피언', SBS MTV '더 쇼' 등이 그것인데, 이들 시청률은 그닥 높지 않다. 평균 1, 2%대, 잘 나와봐야 3%대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쯤되면 당장 폐지돼야 하는 게 방송사의 순리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가장 큰 이유는 올드 미디어가 됐건 뉴미디어가 됐건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에게는 자신들을 알리는 가장 큰 '창구' 중 하나기 때문이다.

일단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무대위에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여기에 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 소위 말하는 '행사'는 온 사람만 보기 때문에 무대를 가장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곳은 많은 사람이 보는 TV 채널일 수밖에 없다. 시청률 1, 2%밖에 안되는데도 많은 사람이 보는가? 요즘 방송사들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무대를 가수별로 잘라서 유튜브에 올린다. 심지어 개별 멤버 직캠까지 찍어 올린다. 이 유튜브 영상은 국내 팬 뿐만 아니라 해외 팬에게도 보여진다. 나름 유튜브 수익의 일부를 책임지는 콘텐츠다. 이 영상이 단지 방송국의 배만 채우지는 않는다. 잘 만든 무대는 아이돌들의 이름을 한 방에 알릴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쯤되면 서로가 울며겨자먹기로 방송을 만드는 상황이라 볼 수 있겠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팬들과 소통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 음악방송이 관객 없이 진행되지만 예전만 해도 사전 녹화를 비롯한 많은 아이돌 팬들이 방송국 앞에 장사진을 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방송이 끝나면 일부 아이돌들은 방송국 인근의 공터 등에서 짧은 팬미팅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인회 등 팬들과 만나는 다양한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가수는 그래도 무대 위에 있을 때가 멋있게 보이는 법이니 팬들이 무대를 원하는 한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없어질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돈 들여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어떻게든 띄우고 싶은 마음은 있나보다. 요즘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대중들이 주목하는 점은 MC들의 어울림, 즉 '케미'다. 특히 KBS '뮤직뱅크'가 많은 주목을 받는 듯하다. 박보검과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진행할 때부터 '뮤직뱅크' MC진의 케미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리더 수빈과 '오마이걸'의 아린이 MC를 맡으면서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차트나 무대가 아닌 MC의 어울림까지 언급이 되는 현실을 보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마음이 복잡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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