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는 미적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광고회사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다. 어떻게 의뢰해야 할지,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모르는 광고주가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
첫째, 원하는 점을 써보라. 말은 가볍지만 글은 무겁다. 미팅 때의 말은 그저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글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또한 미리 써보면 말도 잘 된다. 정리 정돈된 언어로 광고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 광고회사와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은 재앙이다. 결과물을 받아 볼 때 원치 않은 방향이 나올 수도 있다. 탕수육을 시켰는데 짜장면이 나온 것을 상상해보라. 그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미리 써보고 생각을 정리 정돈해라.
둘째, 예산을 미리 책정해라. 광고주 입장에서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어떤 광고가 얼마 하는지도 모르는데 예산을 책정하라니. 하지만 가용 가능한 예산의 범위는 정해두어야 한다. 매출 3억원 기업에서 한 해에 3억원의 광고를 할 수는 없다. 5%, 많아도 10% 정도가 적당하다. 광고회사와 미팅할 때 "1천만원 정도 예산 책정이 가능하다. 이 범위 안에서 광고 전략을 짜달라"고 소통해라. 그러면 광고회사 측에서도 효율성이 발휘된다. 그 예산 안에서 광고 제작의 구성을 짜니까. 하지만 광고주 입장에서 이 견적을 어떻게 믿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럴 때는 타 회사의 견적도 받아봐야 한다. 세 군데 정도 회사의 견적을 받아보면 초짜인 광고주도 보는 눈이 생긴다. 시장의 흐름이 보인다. 견적서만 받아도 그 회사의 많은 부분이 보인다. 뛰어난 회사일수록 견적서가 디테일하다. 반면, 그렇지 않은 광고회사는 견적서도 헐렁하다. 견적서가 디테일하면 일도 디테일하다. 그리고 쉬운 언어로 되어 있다. 광고주를 배려하는 것이다. 견적서를 잘 못 쓰는 광고회사를 멀리해라.
셋째, 타임 테이블을 요구해라. 쉽게 말해 작업 기간을 의미한다. 언제 작업이 마무리되는지, 언제 제안서를 받아볼 수 있는지, 언제 광고가 집행되는지 등을 표시한 스케줄이다. 이 스케줄이 있으면 광고회사는 부지런해진다. 막연히 "몇 주 후에 봅시다"라고 하면 다소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타임 테이블을 받는다면 그 일정을 맞춰야 하니 부지런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표를 보면 프로젝트의 기승전결이 보인다. 꼭 일정표를 요구해라. 더 나아가 그 일정표를 준수하는 팀과 일을 해라. 물론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변수도 생긴다. 그러지 않는 이상 일정을 맞추는 팀에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넷째, 고객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인식을 줘라. 내가 광고회사를 운영하며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단어를 빼버린 것이다. '갑'을 '수요자'로 '을'을 '공급자'로 명시했다. 단어만 바꿨을 뿐인데 파트너라는 인식이 창출되었다. '갑'이라 쓰면 왠지 갑질을 해야 할 것 같다. 대신 '수요자'라 하면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공급자는 주는 사람이니 더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계약한 광고주에게 피자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광고비에 비하면 아주 적은 금액이었지만 우리 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때의 피자는 단순한 밀가루 덩어리가 아니었다. '저희 브랜드 광고하신다고 고생 많습니다. 더 힘내주세요'라는 백지수표였다. 세금계산서를 청구할 수 없는 응원이었다. 그런 응원을 받으니 아이디어 회의가 불타올랐다. 사람 사는 게 그런 것 같다. 받으면 주고 싶고 주면 받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