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의News픽] 文정권 '내편' 무죄, 이번엔 성추행 외교관?

입력 2020-08-08 06:30:00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석민 디지털국 부국장
석민 디지털국 부국장

지난 한주도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경북 북부를 포함한 중부지역은 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운 물난리를 겪고 있고, 부동산 관련 이슈도 뜨거웠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조폭영화' 모습을 연출하다가, 마침내 '권(정권)·언(MBC·KBS) 유착 의혹'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극적인 반전에 들어선 셈이지요. 그 결말이 자뭇 궁금해집니다.

우리 옛속담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이 꼭 그런 것 같습니다. 국제적 망신살이 뻗친 강경화의 외교부 이야기입니다.

강경화의 외교부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달 말부터입니다. 7월 28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성추행 한국 외교관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이런 사안은 실무 부처에서 다룰 일이지, 국가 정상간 통화에서 언급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국격에 관한 문제이니까요.

뉴질랜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8월 1일(현지시간)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현지 방송에 출연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한국 외교관이 결백하다면 이곳에 와 사법절차에 따라라."고 또 다시 압박을 했습니다. 뉴질랜드가 한국을 우습게 보고 무례하게 구는 것일까요?.

언론에 보도된 외교부의 입장과 해명, 변명을 보면, 마치 뉴질랜드가 '오버'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외교부는 '지금까지 뉴질랜드 측은 정상간 통화나 언론을 통해 한국정부가 관련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면서 불만을 제기했을 뿐 범죄인 인도 요청과 같은 공식적인 사법절차는 제기하지 않았다'고 억울해 했습니다. 범죄인 인도 요청 등 뉴질랜드가 공식적으로 사법절차를 진행하면 당연히 협조할 터인데, 왜 시끄럽게(?) 언론 플레이를 하느냐는 투의 말로 들립니다. '강경화의 외교부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편은 무관용, 내편은 인권이 우선!

그래서 검색을 통해 '뉴질랜드 한국 외교관 성추행 사건'과 강경화의 외교부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사건은 2017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했던 외교관 A씨가 현지인 남성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했습니다. 외교부는 2019년 2월 A씨에게 '감봉1개월'의 경징계를 내렸고, 그후 A씨는 이달 3일 한국으로 소환(귀임 발령)되기 전까지 필리핀 총영사로 근무했습니다. 성추행 피의자가 참사관에서 '총영사'로 승승장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감봉1개월'의 징계는 왜 내렸지요? 성추행 관련 일부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외교부는 설명이 없습니다. 이달 초 이루어진 소환(귀임 발령)도 한·뉴질랜드 정상회담에서 일어난 '국제망신'이 언론에 보도되고, 외교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진 뒤에 미적미적 취해진 조치입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봅시다. 자국민을 성추행한 범죄 피의자가 외교관이라는 이유로 2년 넘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어느 나라인들 분개하지 않겠습니까. 뉴질랜드가 무례한가요, 아니면 강경화의 외교부가 무례한가요.

강경화의 외교부는 변명합니다. A씨에 대한 외교부의 추가적인 조치가 이루어질지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A씨가 성추행 사실을 적극 부인하고 있고, 이미 징계가 이뤄진 상황이 부담이라는 설명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 징계는 왜 내리죠? 또 그럼 '감봉1개월' 징계는 성추행 관련 건 때문에 내렸다는 것입니까? 성추행은 없었는데, 징계를 내렸다? 이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외교부의 말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강경화 외교부

A 외교관 관련, 강경화 외교부의 행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A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이 터진 2017년 말을 전·후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면 기가찹니다.

2016년 말 주 칠레한국대사관 외교관 성추행 사건이 터져 국제적 망신을 샀고, 2017년 상반기에는 주 에티오피아한국대사관에서 여직원 성폭행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 때 강경화의 외교부는 '감사관 실내 감찰담당관실 신설' '외교부 혁신태스크포스 구성'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고, 강 장관 자신도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그리고 관련 규정 법령에 따라 엄중조치 하겠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천명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강 장관 자신이 뺃은 말의 침이 채 마르기도 전에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A 외교관의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해 강경화의 외교부는 '그저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의 '내로남불' '이중적 태도'는 자신들이 다른 나라 외교관의 성비위에 대해 한 행위를 비교해 봐도 분명해집니다. 한국 외교부는 최근 필리핀 정부에게 "한국에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전 주한 필리핀 대사를 조속히 한국으로 돌려보내라"고 강력 요청했다고 합니다. 전 주한필리핀 대사는 지난해 12월 주한 대사로 근무하면서 30대 초반의 한국 여성을 성추행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필립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항의 및 면담을 위해 방문했다. 연합뉴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필립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항의 및 면담을 위해 방문했다. 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 외교관 A씨와 한국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주한 필리핀 대사와 무슨 차이가 있죠?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이쯤되면 강경화 외교부의 내로남불은 '글로벌급' 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A 외교관으로 불리는 '000씨(SNS 등에 실명과 사진이 떠돌고 있음)가 현 정권과 어떤 특수관계일까 의구심을 제기합니다. 억측이라고요. 전후 사정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면, 이런 의구심은 합리적 의심입니다. 한국언론을 대표(?)하는 언론인 손석희 JTBC 사장의 말에 따르면 '분명히' 그렇습니다.

▶내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文정권

성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서슬퍼런 말을 내뺃고 돌아서자마자, 'A 외교관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마치 '없던 일'처럼 지난 2년을 깔아뭉갠 강경화의 외교부를 보면,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야당이 그토록 반대하던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철저히 수사하라"는 멋진 말을 던진 뒤, ▷울산시장 부정선거 ▷신라젠 ▷라임 ▷옵티머스 ▷버닝썬·유재수…… 권력 핵심부와 그 측근에 대한 범죄 혐의 수사 중 제대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왜 그런지 구태여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전 국민이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내편 앞에선 염치불구하고 철면피가 되고 작아지는 것'은 문재인 정부 각료들의 자질이 된 것 같습니다. 강경화의 외교부와 더불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그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 장관은 최근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국회의원의 잇따른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면서 끝내 입을 다물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때, 여권이 보여준 모습과는 '많이' '전혀' 다릅니다. 박원순과 오건돈은 '내편'이고, 안희정은 확실히 '네편'인 모양입니다.

강경화의 외교부에 "그만하면 (욕) 마이 무따 아니가, 이제 그만해라"고 한마디 조언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조만간, 아니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린 뒤에 외교관 A씨의 비밀(?)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네편이면 절대로 그렇게 했을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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