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듀(Adieu) 경찰, 굿바이(Goodbye) 경북경찰

입력 2020-08-06 15:29:10 수정 2020-08-06 16:24:59

박건찬 제32대 경북경찰청장
박건찬 제32대 경북경찰청장

누구든 어린 시절 마음에 담아두고 미래를 그리는 순수하고 행복한 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운동선수나 연예인, 컴퓨터 프로게이머 등의 직업이 어린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지만 나의 학창 시절에는 장래 희망 중 상위권에 항상 경찰관이 있었다. 나 또한 김천 서부국민학교 시절부터 장래 희망을 적는 난에는 늘 '경찰'이라는 두 글자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나의 어릴 적 꿈은 경찰관이 되는 것이었다. 나보다 먼저 경찰에 투신했던 대선배인 아버지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항상 커 보이고 존경하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1984년 3월 경찰대학에 입학했고 멋진 제복을 입고 내 고향 김천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 후 어느덧 3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금 경북경찰청장을 마지막으로 경찰 생활의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그동안 경찰관으로 재직하면서 밤낮없이 동분서주하며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주경야독식으로 밤을 지새워가며 많은 업무를 처리했고 부족했던 나를 스스로 채찍질했던 시절의 추억이 하나하나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시절 3개월이라는 기간 유례없이 많은 인원이 참석한 촛불집회에서 국민의 안전과 질서를 지킨다는 신념 하에 최선을 다했다. 경북경찰청장 부임 후 동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모두 건네기도 전에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해 확산을 방지하고자 방역적 경찰 활동에 온힘을 써왔다.

영국의 소설가 마리아 에지워스(Maria Edgeworth)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다 보면 긴 세월은 저절로 흘러간다"는 말처럼, 경찰 재직 기간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33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그러다 보니 나에겐 흰머리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낯설게 보이던 한 가닥씩의 흰머리가 익숙해졌다.

나의 고향은 경북 김천이다. 김천은 내가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곧 성장한 곳이자 오랜 타지 생활 속에서 마음의 안식처가 돼 준 고마운 곳이다. 연어가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듯이, 경찰 생활의 마무리를 할 시점에 고향으로 돌아와 웅도 경북의 치안 책임자로 일했던 시간은 너무나 행복했다. 청장으로 재직했던 하루하루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난 4월 23일 김천경찰서로 초도 방문을 갔을 때의 이야기다. 아버지께서는 1948년 순경으로 임용되어 15년간 김천경찰서 형사로 근무하셨는데 아버지가 일하셨던 형사계 사무실에 앉아 보았다. 그 시절 아버지의 젊은 모습이 그려지며 마음이 뭉클했다. 김천경찰서가 신청사로 이전하기 전이라 아버지께서 근무하셨던 곳 그때 그 자리 그대로였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지난 7월 15일에는 김천경찰서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했다. 김천경찰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자리에 청장으로서 참석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고 경찰관으로서의 마지막 꿈을 이룬 것 같아 가슴 벅찬 기쁨을 느꼈다.

1991년 울릉경찰서 경비과장으로 경북경찰과 맺은 인연을 경북경찰청장으로 마무리하게 돼 행복한 마음이다. 비록 경북경찰에서 근무했던 기간은 전체 경찰 경력 중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뜻깊었다.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북경찰'이라는 모토 아래 내 고향 경북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도민이 안심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직 그 꿈을 다 이루지 못한 것 같지만 경북경찰의 저력이라면 짧은 기간 안에 충분히 이뤄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몇 년 더 경북의 청장으로 일하고 싶지만 떠나야 할 때다. 팔고(八苦)의 하나로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을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하는데 사랑하는 경찰 조직, 그리고 내 고향 경북경찰과 작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종점에 도착한 버스 안에서 계속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 하나의 종착역을 지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 경찰임이, 경북경찰임이 참으로 자랑스러웠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 것이다.

아듀(Adieu) 경찰, 굿바이(Goodbye) 경북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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