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미래통합당의 회의장 벽면에 내걸린 배경 현수막에 적힌 글이다.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협치 강조와 달리 제1야당인 자신들과 '더불어'는커녕 되레 현안 관련 법안을 홀로 밀어붙이는 데 대한 반발, 여당 독주가 빚어낼 실정(失政)에 대한 은근한 기대도 담았으리라.
4월 총선 이후 176석 여당과 103석 제1야당의 행태를 보는 시각이 사뭇 다르다. 여당 독주를 독재에 빗대 비판도 하고, 통합당 행태를 무기력으로 표현하며 동정한다. 이를 반영하듯 한때 서울에서의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거의 1년 만에 제1야당에 역전되는 결과도 나왔다.
여당 비판과 야당 동조 시각은 그럴 만하다. 총선 투표에서 여당 쪽 38.7%, 제1야당 쪽 33.3%의 득표율과 달리 국회 의석수는 176석(58.7%)과 103석(34.4%)으로 큰 차이다. 게다가 여당은 반대표를 찍었을 61% 국민에도 영향을 줄 법안을 제대로 심의조차 않았으니 말이다.
민주와 진보의 가치를 앞세워 보수의 부패와 비리, 부정의 타도를 외치며 공정과 정의의 깃발을 휘날리겠노라며 집권한 여당의 표변을 굳이 나무랄 까닭이 뭔가. 술에 찌든 아버지 뒷모습을 보고 자란 못된 자식의 고약한 주취(酒醉) 버릇을 어떤 이유로, 어느 아버지가 꾸짖을 수 있을지. 그것도 당당하게.
더 안타까운 쪽은 제1야당이다. 얼음 가게에서 산 얼음을 깰 때 필요한 도구는 가늘고 작은 바늘 하나면 족하다. 큰 칼이나 톱 같은 날카로운 연장이 없어도 된다. 태산 같은 바위도 작은 정 하나면 충분하다. 굳은 바위의 보이지 않는 틈으로 스민 식물과 나무 뿌리만으로도 돌은 갈라진다. 여당이 비록 결속을 하며 함구령으로 입을 막고 같은 부류 사람의 잘못에 눈과 귀를 닫을 때, 야당은 그들과 달리 가면 된다. 스스로의 흠과 잘못은 없는지, 국민을 위한 봉사 자세는 처음처럼 같은지….
지금처럼 한가히 당명 탓하고 바꾸는 데 헛되이 세금 쓸 때가 아니다. 학교 등 '간판'에 목을 거는 사회인지라 당명의 변경도 필요하겠지만 온 나라가 코로나에 홍수로 아우성이지 않은가. 마침 수해 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시작됐으니 차라리 그 돈을 기부하고, 굳이 바꾸겠다면 뭐든 감당할 '만능당'으로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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