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일본이 13억회분 '입도선매'
예상 생산량보다 많은 선점 '싹쓸이 수준'
보건 취약한 저개발국에 '조달 불투명' 우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 전인데도 부자 국가들이 싹쓸이 수준으로 13억회 분량이나 선점한 탓에 당분간 나머지 국가에는 조달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등 부국들이 제약사들과 계약한 코로나 백신 선구매 규모가 13억회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영국 의약시장 조사업체인 에어피니티는 집계했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진영과 대규모 선구매 계약을 했고, 일본은 미 제약사 화이자와 합의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백신 선점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백신이 개발돼도 2022년 1분기까지 전 세계 생산 규모가 기껏해야 10억회 분량에도 못 미쳐 부국들이 선점한 규모에 한참 미달하는 것이다. 에어피니티 최고경영자(CEO)는 "과학적 단계를 긍정적으로 가정한다고 해도 백신이 전 세계에 충분한 규모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처럼 국가 대 제약사 간 계약이 얽히고설킨 채 중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부국들을 중심으로 자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려는 국수주의가 고개를 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지 오래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CEO는 백신 개발이 최종 단계까지 가지 못할 것에 대비해 국가마다 여러 제약사와 계약을 타진하는 게 자칫 과당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사노피에 최대 21억 달러(약 2조5천억원)를 들여 백신 개발 성공 시 1억회 분량, 장기 옵션으로 5억회 분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EU 또한 사노피와 3억회 분량 공급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GAVI는 부국들의 이 같은 행보가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손잡고 공정하게 백신을 공급하자는 취지의 '코백스(COVAX)' 구상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78개국이 코백스 동참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중하위 경제국 90여 곳이 백신 접근권을 확보하게 된다고 GAVI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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