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넘버3'의 한 장면. 송강호가 연기한 불사파 두목 조필이 부하들에게 일장 연설을 한다. "너희들, 한국 복싱이 잘나가다가 요즘 왜 빌빌대는지 아냐? 다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엔 다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어. 복싱뿐만 아냐. 그 누구야, 현정화도 라면만 먹고 육상에서 금메달을 세 개나 땄다." 한 부하가 겁도 없이 두목의 말에 토를 단다. "임춘앱니다, 형님." 험악한 얼굴이 된 조필이 그 부하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서 말을 이어간다. "내 말 잘 들어! 내가 하늘이 빨간색이다 하면, 그때부터 무조건 빨간색이야.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다. 내 말에 토 다는 사람은 배반형이야, 배신! 앞으로 즉사시키겠어."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배신자'가 아닐까 싶다. 감사원장·검찰총장이란 분에 넘치는 자리를 줬더니 정권을 향해 칼을 드는 배신을 했다는 말이 목구멍을 맴돌 것이다. 최 원장과 윤 총장에 대한 집권 세력의 도를 넘은 공격을 보면 배신자에 대한 응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이 발탁해 임명장을 줬다.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극찬하고 감사원장·검찰총장으로 책무를 다해 달라고 하명(下命)했다. "스스로 자신을 엄격히 관리해 왔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인 분이다. 잘 부탁드린다."(최재형) "우리 윤 총장님!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란다."(윤석열)
최 원장과 윤 총장의 죄(罪)는 문 대통령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을 뿐 그 속뜻을 헤아리지 못한 데 있다. 탈원전 같은 국정 과제를 뒤집으려 하거나 대통령 수족, 나아가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용서받을 수 없는 배신이란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나라가 난장판이 된 지금 '누가 배신자인가'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책무를 충실히 수행한 최 원장과 윤 총장이 배신자인가. 정권이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과는 정반대 나라를 만든 문 대통령과 정권이 배신자인가. 정권은 불사파 두목 조필처럼 하늘은 빨간색이라며 폭주하고 있다. 이 정권엔 하늘이 빨간색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면서 정권 입맛대로 움직이는 감사원장·검찰총장만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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