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검찰총장·감사원장 대통령이 지켜줘야

입력 2020-08-03 06:30:00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1. 불과 1년여 전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우리 윤 총장님'이라 했다. 전직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낸 윤 총장에 대한 기대는 그만큼 각별했을 것이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 달라"고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도 주문했다. '우리 윤 총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들었다. '정무 감각'이 없었다. 기어코 민정수석이던 조국을 정조준하면서 사달이 났다.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는 인사를 정조준했으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윤 총장은 멈출 줄 몰랐다.

결과는 참담하다. 지금 윤 총장은 사면초가다. 수족이 잘려 나가고 조직이 공중분해될 위기다. 울산시장, 윤미향 사건,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 의혹은 눈덩이인데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공수처까지 곧 더하게 생겼다.

이로도 모자라 검찰총장을 조기 강판시키려는 정권 차원의 노력은 집요하다. 검찰 개혁 권고안은 '검찰총장 무력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의 정점인 총장을 수사지휘 라인에서 아예 배제했다. 법무부 장관이 서면으로 고검장들을 지휘한다.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이다. 검찰의 생명은 정치 중립성에 있다. 중립적이어야 할 검찰을 정치인 밑으로 밀어 넣으며 개혁이란다. 지켜보는 윤 총장은 참담할 것이다.

#2. 문 대통령은 2018년 1월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스스로 자신을 엄격히 관리해 오셨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인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당시 더불어민주당도 "합리적이며 균형 감각을 갖춘 적임자"라는 논평을 냈다. 이 정권은 그런 최 원장 역시 몰아세운다. 발단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였다. 최 원장은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성역 없는 감사를 주문했다. 감사원의 본연의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는 말도 그렇다. 감사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감사원이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이 할 일이 따로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기관이 아니다. 정부 입맛에 맞는 감사 결과를 내지 않는다고 여당이 떼로 들고 일어나 "대통령 국정 방향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법으로 보장된 이들의 지위가 마구 흔들린다. 이들을 흔드는 것이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정부라는 것이 문제다. 가뜩이나 이 정부 들어 법의 공정성은 껍데기만 남았다. '나라가 니 꺼냐'는 아우성이 나온다. 마음에 안 들면 법도, 사람도 갈아치우면 그만이라는 그들만의 절대 권력은 두렵다. 국민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칠 민감한 법안들이 제대로 된 심의도 없이 여당 의원들만의 기립 표결로 처리된다.

이미 사법부와 입법부는 '맛을 잃은 소금'이다. 그나마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버틴다. 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은 자신에게 형 양녕대군의 잘못을 이르고 벌하라며 끊임없이 직언을 한 형조참판 고약해와 모든 신하들이 찬성할 때 홀로 반론을 펼친 이조판서 허조를 버리지 않았다.

윤 총장이나 최 원장에게서는 문 대통령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임명 당시와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달라진 것은 임명권자의 초심이다. 문 대통령이 이들마저 내친다면 이 땅에 정의는 사라지고 권력의 이익만 남을 것이다. 대통령은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윤 총장님'과 '감사원장으로 적격인 분'을 지켜야 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은 틀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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