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고 출신 고유민 선수 "얼마나 힘들었을까"

입력 2020-08-01 17:39:36 수정 2020-08-02 01:40:47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선수·팬들 추모 움직임
2013년 대구여고 주공격수로 활약…선수 10명 팀이 전국대회 우승
포항여중 배구부 시절 복지단체 지원받으며 선수생활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유민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일 경기 광주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 40분께 광주시 오포읍의 고 씨 자택에서 고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올해 2월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와의 시합에 출전한 고유민 모습. 연합뉴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유민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일 경기 광주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 40분께 광주시 오포읍의 고 씨 자택에서 고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올해 2월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와의 시합에 출전한 고유민 모습. 연합뉴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25)이 지역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배구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1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고유민은 전날 오후 9시 40분쯤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장 178㎝의 레프트 공격수 고유민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프로선수들이 시원하게 스파이크하는 모습을 보며 배구에 매력을 느낀 그녀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꿈을 키웠다. 포항여중 배구부로 진학한 그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비교적 큰 신장과 탁월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지도자들로부터 향후 한국배구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배구화, 배구공, 유니폼 등 배구용품을 제대로 구비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선수시절 인터뷰에 따르면 고유민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복지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배구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2013년 제24회 CBS배 전국남녀 중고배구대회에서 우승한 대구여고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2013년 제24회 CBS배 전국남녀 중고배구대회에서 우승한 대구여고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여고에 진학하면서 주 공격수로 활동한 그는 2013년 이고은과 콤비를 이루어 주요 대회인 2013년 CBS배 전국남녀 중고배구대회 여고부에서 우승했다. 당시 대구여고 배구부 선수는 겨우 10명이었고 악조건 속에서의 우승이었다.

그는 이 대회의 활약으로 2013년 프로배구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하게 되었다. 당시 지역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고유민은 "내 꿈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 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들과 후원자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제 프로배구선수라는 1차 목표를 이룬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꿈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후 포지션이 바뀌면서 2019-2020시즌 백업 레프트로 활약했고, 잠시 리베로 역할도 했다.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팬들의 악플 세례가 이어지면서 그는 악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등에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그는 자신의 SNS 통해 "경기장에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다 기억하는데, 팬도 아니신 분들이 충고 같은 다이렉트 글(다이렉트메시지)을 보내지 말아달라"며 "저도 이제 일반인이라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초 돌연 팀을 떠났고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은 그의 임의탈퇴를 공시했다.

온라인에서도 팬들과 배구 동료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흥국생명에서 활약했던 공윤희 전 선수는 인스타그램에 "유민이가 좋은 곳으로 갔다. 손이 떨려 긴 글을 못 적겠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저도 뭐라고 전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사연을 접한 팬들도 "이제 겨우25인데...너무 안타깝다" "악플로 한사람이 또 희생되었네" "도 넘은 악플은 범죄""코트 위에서 행복하게 웃던 당신의 모습을 잊지 않겠다"며 세상을 떠난 고유민 선수를 추모했다.

한편 대구여고 출신 프로배구 선수로는 2019년 GS칼텍스에 입단한 권민지를 비롯, 이고은(GS칼텍스), 김연견(현대건설), 도수빈(흥국생명), 고민지(KGC인삼공사), 전새얀(도로공사) 등이 활약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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