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수십 년 다닌 길 ‘통행임대료 내라’ 통보에 황당

입력 2020-07-28 17:49:56

매년 120만원 2년마다 재계약 …마을주민 “얼토당토않다”

수십 년 다닌 길에 대해
수십 년 다닌 길에 대해 '통행임대료 내라'는 통보를 받은 A(왼쪽) 씨가 같은 마을 주민들과 문제의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영욱 기자

"수십 년 통행한 길을 두고 종중 땅이 길에 포함돼 있으니 지나다니는 대가로 매월 임대료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한다는 황당한 내용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비포장 상태로 수십 년 전부터 주민들이 다녔고, 이후 시멘트 포장을 한지도 20년이 넘은 농로에 자신의 종중 토지가 있다며 통행료를 내라고 해 말썽이다.

경북 성주군 벽진면 A 씨는 지난달 28일 같은 마을 모 종중 대표 B씨로부터 자신의 종중 땅 위로 나있는 길을 다니는 대가로 매년 120만원의 임대료를 당해 1월 31일까지 내고, 임대는 2년마다 재계약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가 받은 통보에는 올해 계약은 7월 15일까지 하고, 이 같은 사항은 종중회의 결과라고 명기돼 있다.

A씨는 "행정기관이 시멘트 포장한지도 20년 정도 됐다. 지금까지 많은 주민이 잘 다니던 길을 두고 내게만 통행료를 내라고 해 당황스럽다"면서 "또 내가 종중땅 일부를 무단으로 도로를 개설해 사용했다고 하는데 25년 전 귀농 당시 이미 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을 토박이 C 씨는 "말썽을 빚는 길은 수십 년 전 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땅을 내놓아 만들어졌다. 포장은 당시 행정기관에서 지주의 구두 동의 등을 받아 이뤄졌고 길이 깔고 앉은 토지는 아직도 개인소유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문제의 땅을 사려고 해도 안 팔고, 일시불로 적당한 금액을 준다고 해도 안 된다며 매월 임대료를 달라고 한다"며 "차라리 법적 처리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한편, 관련 행정기관은 "노력 중이지만 아직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개인 간의 문제라 관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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