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오롯이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입력 2020-08-03 06:30:00

청소년들에게 성장통은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그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을 과잉 의식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정체성 혼란을 함께 겪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수많은 어른들도 이 성장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남석의
이남석의 '꼭 주먹을 써야 할까' 표지

속이 훤히 보이는 수영용 비닐 가방 속에 달랑 볼펜 한 자루 넣어 등교하는 중학생을 마주친다면 어떨까요? '주먹을 꼭 써야 할까?'의 주인공인 중학교 일진 종훈이는 그런 모습으로 학교에 다닙니다. 비닐 가방 등교로 일진다운 느낌을 다른 친구들에게 과시합니다.

거칠 것 없던 종훈이의 일상에 어느 날 택견 사범 출신 방과후 선생님 현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종훈의 비닐 가방을 압수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내는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면 가방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종훈이는 힘으로도 현우를 당할 수 없어 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현우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특히 의식하는 종훈이를 위해 하버드대에서 이뤄진, 일명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등을 소개합니다. 고릴라가 버젓이 농구코트를 활보하는 데도 참가자들은 애초 주문대로 사람들이 공을 전달하는 횟수를 정확히 세느라 고릴라가 지나간 사실조차 몰랐다는 내용입니다.

현우는 이와 유사한 실험을 종훈이가 해보게 합니다. 종훈이는 시장에서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봅니다. 그리고 종훈이의 친구들은 종훈이를 자세히 기억하는지 설문으로 조사합니다. 몹시 부끄러워 하던 종훈이는 조사 결과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 성별, 옷 모양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이 늘 자신을 주목하는 무대 따위는 현실에 없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종훈이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가장 소중한 진짜 모습을 부정하면 자기 자신은 병들고 방황하게 된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종훈이의 모습을 통해 청소년들의 심리를 속속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기를 지난 어른들에게도 자신이 꿈꾸는 멋진 모습이 스스로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느라 정작 현재 스스로의 모습을 부정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토끼는 토끼답게

유설화의
유설화의 '슈퍼 거북' 표지

우리는 모두 토끼와의 경주에서 우연히 토끼를 이긴 거북을 알고 있습니다. '슈퍼 거북'은 그 거북의 기적적인 승리 이후의 삶을 재치있게 상상해낸 책입니다. 우연히 토끼를 이기고 일약 '슈퍼 스타'가 된 후 거북은 몹시도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분은 잠시뿐. 느린 자신의 모습을 수상하게 바라보는 동물들의 시선, 그리고 자신이 우연히 토끼를 이긴 걸 다른 동물들이 알까 하는 걱정에 거북은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려고 정말로 토끼보다도 빨라지기 위해서 피나는 훈련을 거듭합니다.

그러한 노력 끝에 마침내 거북은 정말로 토끼보다도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북은 정말로 행복해졌을까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그림 곳곳에는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숨겨진 듯합니다.

대략 이런 그림들입니다. 빨라지기 위한 비법이 담긴 책들을 쌓아놓고 읽는 거북의 옆에서 올빼미는 '올빼미 탐정' 책을 읽으며 올빼미다운 눈을 커다랗게 치켜뜨고 있습니다. 달리기 훈련 중인 거북의 옆에선 아기 돼지 삼형제가 '아기 돼지 삼형제' 책을 읽으며 맛있는 것을 먹고 있습니다.

'슈퍼 거북'은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동화책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많은 성찰을 하게 합니다. 불필요할 정도로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잊은 채 살아가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태도도 분명 문제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주는 구속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면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삶을 찾아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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