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했던 투자도 다시"…주식·부동산 시장 과열

입력 2020-07-26 18:10:50 수정 2020-07-26 18:40:14

지난해 주택시가총액이 GDP의 2.64배, '역대 최고'
경기침체 탓에 통화정책 전환 어려워

유동성 증가로 증시와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유동성 증가로 증시와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4년전 중단했던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A씨는 "지난 3월 코스피 폭락이 매수 기회라 보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었다. 저금리에 자금이 넘치니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양질의 자산은 한동안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중에 늘어난 유동성 자금이 투자·소비가 아니라 주식 및 부동산시장으로 대거 집중되면서 과열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거품 논란까지 일지만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에 유동성을 회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화량은 전례없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광의통화량(M2 기준)은 3천53조9천억원으로 지난 4월에 사상 최초로 3천조원을 넘어선 뒤에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5월에만 M2는 전월보다 35조4천억원 늘었는데 이는 1986년 관련 통계 작성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증시에도 전례없이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 '증시주변자금 동향'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6조1천819억원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주식투자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판매액은 지난 5월 78조5천26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 14일 대구 수성구 상공에서 바라본 범어4동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지난 14일 대구 수성구 상공에서 바라본 범어4동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부동산에도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32조2천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계 대출의 79%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경제 성장세와 견줘 주택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명목 GDP 대비 시가총액 배율도 지난해 2.64배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년 전인 2017년에는 2.35배였다. 경기보다 주택 시장이 더 호조를 나타냈단 뜻이다.

핵심지 부동산 값은 규제에도 아랑곳 없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습이다. 대구 수성구 한 공인중개사는 "6·17대책 직후 오히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수성구 선호지역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전세로 돌리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일부 초고가 아파트 경우 최근 매물을 거두고 증여했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빠르게 흘러들어 '자산 가격 거품' 논란까지 일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현재 이 문제를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금은 코로나19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지 않도록 '생산적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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