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이준엽 씨 조부 故 이태훈 씨

입력 2020-07-26 16:30:00 수정 2020-12-10 11:13:56

故 이태훈(가운데아래) 씨 가족사진. 가족제공.
故 이태훈(가운데아래) 씨 가족사진. 가족제공.

성당동 집엔 할아버지(닭띠), 아버지(쥐띠), 내가 태어나 토끼띠 4명(할머니, 어머니, 삼촌, 나) 이렇게 한 울타리에서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나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하고, 귀하신 분들이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해주셨고, 지지해주셨으며, 용기를 심어주는 이야기로 꿈을 키워 주셨던, 오직 내편이셨던 분들이다.

유년기 시절 어린이집 다녀오면 손잡고 나가 내가 원하는 과자를 손에 들려주시곤 했는데, 어린 동심엔 눈물샘이 치솟곤 했다.

함께 목욕탕에 가서도 나를 마음껏 놀게 하셨고 마지막엔 할아버지 등 좀 밀어달라시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찌 이리 시원하게 잘하냐며 나를 항상 장군감이라고 치켜세워 주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선 일찍 부모님을 여의시고, 처음으로 소개받아 사랑으로 인연을 맺어 할아버지의 작고로 64년 만에 헤어짐을 맞이 하셨다.

두 분은 항상 상대를 서로를 부를 때 "준엽이 할배", "준엽이 할매", 또는 "엽아"라고 부르셨다. 엽이는 나의 이름인데, 두 분은 서로 "엽아" 부르면 "네"하고 대답을 하시는 걸 보면 가끔은 내 이름인데...... 싶기도 했다. 지나고 생각하니 나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셨나 싶다.

이준엽 씨 조부 이태훈 씨의 생전모습. 가족 제공.
이준엽 씨 조부 이태훈 씨의 생전모습. 가족 제공.

사관학교 임관식 날 할아버지 할머니께 "충성" 거수경례를 했을 때 너무 좋아라 하시며 눈물 글썽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두 분이랑 함께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 그 흔한 큰소리 한번, 부부 언쟁 한번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께서는 별로 말씀은 없으셨지만, 지인과 저녁 식사 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오셨을 때도 주머니에서 땅콩 몇 알을 할머니 손에 쥐어 주시며 다음엔 함께 하자고 하시던 분이다. 서로를 인정해주고, 배려하며 아껴주는 마음을 본받아 나도 그렇게 결혼하면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요즘 할머니의 건강이 염려스럽다. 자주 눈물을 글썽이시고 한숨이 잦아 졌기 때문이다. 가끔 산소에 가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할아버지께 꼼꼼하게 이야기로 들려 주신다. 바로 옆에 살아계시는 것 마냥... "여보 나 보고 싶지 않나요? 나는 당신이 보고 싶은데..."라고 늘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할아버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할머니께 자주 찾아뵙고 심심하지 않도록 재롱도 많이 떨어 드릴게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할아버지, 손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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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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