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퀸스로드 '복층 불법 증축'…16년 만에 적발

화재안전특별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90곳 불법 증축 적발
퀸스로드 개장한 2003년부터 복층 증축해 창고로 사용해 와
일부 상인들 "창고 없어지면 짐 둘 곳 없는데 어쩌나" 한숨

26일 오후 2시쯤 대구 서구 중리동 퀸스로드에 입점한 매장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수현 기자

지역 의류 명물거리로 꼽히는 대구 서구 퀸스로드의 일부 업체들이 매장을 복층으로 불법 개조해 지난 십 수년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대구 서구청에 따르면 중리동 퀸스로드에 입점한 점포 180여 개 가운데 복층을 불법 증축한 것으로 적발된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90여 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를 계기로 지난해 5~8월 정부와 소방당국이 실시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적발된 점포들은 층고가 4m50cm에 달하는 높은 건물 구조를 개조해 1층은 매장으로, 1.5~2m에 달하는 윗 공간은 2층 창고로 사용했다.

지난 3월 시정명령 조치가 내려진 해당 점포들 대다수는 현재 복층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막아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관할 구청 등이 그간 단속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퀸스로드가 문을 연 지난 2003년부터 관행적으로 복층이 사용돼 왔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퀸스로드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A(60) 씨는 "탈의실 등 외관상 눈에 잘 띄지 않는 매장 안쪽에서 복층이 공공연하게 사용돼 왔다"며 "화재 발생 등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2018년부터 점검을 해달라고 구청에 문의했지만 그간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시정조치에 대해 일부 상인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 상인들이 점포를 분양받을 때부터 불법인지 모르고 자연스럽게 복층을 사용해 온 데다, 의류매장 특성상 창고로 사용할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곳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매장의 2~3배 정도 되는 짐들이 모두 복층 창고에 쌓여 있다"며 "이 창고가 없어진다면 1층 매장에 창고 자리를 마련해야 해 지금 매장 규모보다 몇 배는 좁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외관상 불법 증축 여부가 보이는 곳은 쉽게 단속이 가능하지만 매장 안쪽 깊숙이 복층이 설치된 경우는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추가 시정명령 조치와 관련해서도 퀸스로드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