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책임지고 사퇴"

입력 2020-07-24 15:38:21

민주노총, 노사정 합의안 최종 부결 "노동자 보호와 거리 멀어"
27일 중앙집행위원회 열어 비상대책위 구성…올해 말 차기 지도부 선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24일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최종안 승인을 호소했으나 부결됐다"며 "예고 드린 대로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과 동반 퇴진하게 됐다. 2017년 말 직선으로 선출된 이들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지금 시기에 '해고 금지'나 '총고용 보장'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과거에 쓰인 레토릭보다 중요한 건 일자리 지키는 것이고 고용 유지"라고 집행부가 판단했으나, 이를 조합원에게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도 "그간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 생긴 한계"라며 "(노사정 합의안에) 담론 수준으로 실린 단어를 두고 현장에서는 구체적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지도부가 그 구체화 방안을 충분히 현장과 소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해고 금지' 요구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관해 김 위원장은 '해고 금지'보다 중요한 건 '고용 유지'였다며 "최종 합의안에는 '고용 유지' 부분이 28번 반복됐다"며 "지금은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갖는, 실질적인 내용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안을 최종 부결 결정하면서 집행부의 총사퇴는 예고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8시 가진 임시 대의원대회 투표 결과, 대의원 1천479명 중 1천311명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 805표(61.7%)가 나와 합의안 추인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자는 499명이었고 무효표가 7표 였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코로나19 고용 위기 대응을 위해 마련한 노사정 합의안 의결 여부를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집행부의 입장과 달리 지난 달 29~30일, 이달 1일까지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위원 다수가 합의안을 반대했다. 자본에 책임을 묻는 내용이 모호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 여부도 추상적 수준에서만 언급돼 노동자 보호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가장 먼저 제안하고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도 참여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40여일의 논의를 거쳐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이 담긴 노사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내부 반대에 막혀 추인을 못 얻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대의원들의 뜻을 묻기로 했다. 그는 대의원대회에서도 노사정 합의안 추인이 무산될 경우 사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저희의 바람과 실천 의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물러나지만, 다시 현장의 노동자, 조합원으로 돌아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올해 말까지 민주노총을 이끌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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