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인명피해 컸던 부산 지하차도, 경찰 내사 착수

입력 2020-07-24 14:29:23

생존자 "갑자기 손 쓸 수 없을 만큼 빗물 차올라"
경찰 "사망자 부검·구청 상대로 배수펌프 작동 여부 확인 예정"

24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모습. 지난 23일 밤 왕복 2차로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50·6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이 숨졌다. 연합뉴스
24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모습. 지난 23일 밤 왕복 2차로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50·6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이 숨졌다. 연합뉴스

역대급 물폭탄이 쏟아진 부산지역 폭우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 모두 부산 동구의 한 지하차도에서 발생해 안타까움과 함께 원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고 장소인 초량 제1 지하차도에서 생존한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순식간에 차도 위 수 미터까지 물이 차올라 대피할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한 A 씨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A 씨의 증언에 따라 현장을 재구성하면 사고는 전날(23일) 오후 10시30분쯤 부산역 인근에 있는 제1지하차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가 탑승한 차량을 포함해 차량 여러 대가 해당 차로에 진입했다. 지하차로 안에 물이 고여 있기는 했지만, 높이가 바퀴의 절반도 채 오지 않았던 데다 지하차도 입구에 경고 문구나 주의 안내도 보이지 않아 차량들은 앞차를 따라 자연스럽게 진입했다는 것.

그러나 지하차도 중간에 이르렀을 때 차량이 하나 둘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차 뒤 3분쯤 지나자 갑자기 차 양 옆으로 갑자기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빗물은 삽시간에 차 유리창 밑까지 올라왔고, 차량 틈새를 통해 내부로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일부 차량은 물에 잠겨 붕 떠오르기까지 했다.

운전자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에게 상황을 알리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일부 운전자는 겁에 질려 문을 열거나 창문을 깨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의 압력이 너무 커 차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간이 의자 등 사물을 이용해 차창을 깼을 때는 이미 물이 너무 차올라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한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지하차도 2.5m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였다. 이 차도의 출입구 높이는 3.5m다. 당시 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물 위에서 손을 휘저으며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고, 일부는 차 지붕 위로 올라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기도 했다.

소방대원들은 밧줄로 몸을 고정한 후, 차도 안으로 진입해 갇힌 인원들을 구조한 뒤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구조된 이들 중 2명은 병원으로 이송 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고, 1명은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에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돼 모두 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도심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졌다. 산사태, 옹벽 붕괴, 주택과 지하차도 등이 침수돼 79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고, 많은 차량이 물에 잠기는 한편 50여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부산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도심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졌다. 산사태, 옹벽 붕괴, 주택과 지하차도 등이 침수돼 79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고, 많은 차량이 물에 잠기는 한편 50여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경찰은 24일 사망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이날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내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선 피해자 3명에 대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부산 동구청을 상대로 지하차도 내부 빗물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다. 현재 침수된 지하차도에는 분당 20t 용량의 배수펌프 3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지하차도에 갇혔다가 구조된 피해자 6명을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호우는 시간당 81.6㎜를 기록해 1920년 이래 10번째로 가장 큰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호우경보 발령 이후 3시간에 걸쳐 부산 대부분 지역에 200㎜ 가량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져 여러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