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재 과정서 신일희 총장 "그런적 없어…경위 파악하라" 지시에 들통
대학 징계위, 동료 아들 합격 청탁한 계명대 본부, 대구동산병원 간부 2명 해임
올 초 대구동산병원(동산동)의 신규 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정 인사청탁으로 동료의 아들을 최종 합격시킨 사실이 드러나 계명대학 본부와 대구동산병원 간부 직원 2명이 대학법인 징계위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대학본부 비서팀장인 A씨는 대구동산병원 행정부장 B씨에게 '총장의 지시'라고 언급하자, B씨 등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평가 성적까지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계명대, 동산병원 등 관계자에 따르면 계명대 동산의료원 산하 대구동산병원은 지난 1월 일반 행정직과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정규직 3명을 선발하는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대학본부 소속인 A씨는 B씨에게 "행정직에 지원한 대학 선배의 아들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했다. 주로 인문계열을 뽑는 행정직에 공대 출신이 지원하자, B씨는 "1단계 전형을 해 보니 통과하지 못하겠다"고 귀뜸해 줬다.
그러자 A씨는 "총장님의 지시 사항"이라는 말을 했고, B씨는 인사업무 직원을 시켜 다른 지원자의 성적을 낮추는 방법으로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켰다. 최종 합격자의 아버지는 동산의료원 산하 경주동산병원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모의는 최종 결재 단계에서 들통이 났다. 공채선발 결과는 대구동산병원장, 의료원장, 대학총장의 결재를 거친다. 동산의료원장이 계명대 총장에게 보고하면서 '특정인의 합격'을 언급하자, 신일희 총장은 "그런 일 없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 경위를 소상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결국 정규직 채용은 모두 취소됐고, 학교법인 감사팀이 투입돼 사실 파악에 나섰다. 이후 계명대 측은 23일 채용 청탁에 직접 관여한 A씨와 B씨에 대해 해임을 통보했다. B씨의 지시에 의해 성적 조작을 도운 부하 직원에 대해서는 정상을 참작해 정직 처분을 내렸다.
최근 공기업, 대구은행 등에서 나타난 채용비리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계명대와 대구동산병원 직원들 간의 인사청탁은 '미수'에 그쳤지만 가볍지 않은 사안으로 받아 들여진다. 총장을 사칭한 한마디에 몰래 '작업'을 벌여 다른 지원자의 채용 기회를 앗아갔다.
이는 30년 가까이 계명대를 이끌어 온 신일희 총장의 '1인 리더십'으로 형성된 특유의 학교 문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명대와 동산병원 관계자들은 "신 총장이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에서 존경을 받아왔고, 대학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오랜 시간동안 (신 총장이) 구성원들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존재로 각인돼 이번 부정청탁 건이 진행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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