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썰렁한 군위, 매일매일 장날처럼 북적이겠죠"

입력 2020-07-23 16:22:48 수정 2020-07-24 08:34:29

군위, 공항 오면 한강 이남 최대 공항도시로 '상전벽해'
군위, 한강 이남 최대 첨단 공항 도시 탈바꿈…매일매일이 장날처럼 사람들로 북적될 것

20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부지 선정에 대승적 결단을 호소하기 위해 군위군청을 찾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단독후보지(군위 우보)를 주장하는 주민이 절을 하자 맞절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권영진 대구시장과 함께 국방부가 공동후보지(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 적합 여부 판단 시한으로 정한 31일까지 군위군이 공동후보지에 유치 신청을 하도록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군위군청을 찾았다. 연합뉴스
20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부지 선정에 대승적 결단을 호소하기 위해 군위군청을 찾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단독후보지(군위 우보)를 주장하는 주민이 절을 하자 맞절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권영진 대구시장과 함께 국방부가 공동후보지(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 적합 여부 판단 시한으로 정한 31일까지 군위군이 공동후보지에 유치 신청을 하도록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군위군청을 찾았다. 연합뉴스

23일 정오 경북 군위군 군위읍 '다시 뛰자 경북 범도민추진위원회' 현장사무실 근처의 한 식당.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가게로 들어오는 우산 행렬이 이어졌다. 칸칸이 쳐진 방 앞 신발장에는 빗방물이 채 씻기지 않은 신발로 빼곡했다. 종업원들도 연신 음식을 날르느라 손이 바빴다.

가게 주인 김모씨는 "며칠전부터 손님들이 밀려들어 점심때는 아르바이트 아줌마를 구해야 할 정도"라며 "그간 코로나19와 불경기로 어려웠는데, '한가위가 아니라 요즘만 같아라'라는 마음뿐이다"라고 좋아했다.

오후 1시 인근 다방도 커피족들로 복작였다. 다방 주인은 "파리가 날리던 가게가 경북도의 현장사무실이 내려온 뒤로부터 손님들이 많아 매상이 껑출 뛰었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주위 커피숍도 통 유리 너머로 보이는 좌석이 만석일 정도로 손님이 들끓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군위군민들을 직접 만나 공항 설득작업에 나서면서 군위읍에 차린 현장사무실이 인근 상권에 반짝 특수를 주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장 사무실에 1천여명 정도가 다녀간다. 경북도는 "주민들과 각계 각층의 사회 단체들이 현장 사무실에서 들러 공항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공항 유치에 따른 발전상을 상세하게 전해 듣고 있다"며 "현장 사무실을 찾는 시도민들이 주변 상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당장 현장 사무실이 철수하는 31일 이후를 걱정한다. 한 상인은 "공항이 결정되는 31일 이후면 군위를 찾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나갈테고 상권은 다시 위축 될 게 뻔하다"며 걱정했다.

'영세 상인의 걱정', '파리만 날리던 상권'을 신공항을 유치하면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경북도는 확약하고 있다. 특히 군위군이 한강이남의 최대 첨단 공항 도시로 탈바꿈해 '매일매일이 장날처럼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북도는 통합신공항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현재 2만3천여 명인 군위군 인구가 2배 이상 늘어나 인구 5만 도시로 거듭난다고 기대한다.

민항터미널 및 부대시설 건설이 군위 관점의 가장 큰 수혜로 꼽는다. 국방부와 대구시, 경북도는 군위군에 제시한 중재안의 하나로 민항을 군위군에 위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군사공항인 통합신공항의 민항 위치를 군 작전 효율성 및 군사시설 보안을 위해 활주로 한쪽 끝 부분(군위지역)에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국제선을 포함한 대규모 공항이 신설이 없었던 만큼 군위군에 들어설 민항은 최신 정보통신기술(ICT) 적용, 면세점 등 최신 편의시설을 갖춘 신설 공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 군위의 발전을 이끌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서대구 KTX와 통합신공항을 연결하는 61km 길이 철로를 꼽을 수 있다. 공항철도가 생기면 30여 분이면 대구까지 갈 수 있어 군위주민은 대구시와 한층 가까워진 동일 생활권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통합대구신공항 이전지와 SOC 지도.
통합대구신공항 이전지와 SOC 지도.

군위읍 주변은 공항 신도시로 재탄생한다. 국방부는 군 영외관사 2천500가구를 군위읍에 짓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정주여건을 고려했을 때 읍 단위 지역에 관사가 자리해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생각이다. 4인 가구 기준 1만 명의 직접 인구 유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100만 평 규모 항공산업단지(클러스터)가 조성돼 항공 관련 산업체 유치로 다수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경북도는 여기에 1만 명의 인구를 유치할 작정이다.

군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관통도로도 군위 발전을 이끌 핵심 시설로 꼽힌다. 대구를 출발해 군위 우보를 지나 통합신공항을 잇는 동서관통도로가 생기면 군위 지역 내 이동이 편리해지는 것은 물론 군위 전체가 공항 생활권으로 확장된다.

장기적으로 경북도는 통합신공항을 구심점으로 ▷전북 전주~김천~구미~신공항 ▷포항~신공항 ▷안동~신공항~영천을 잇는 철도 노선을 구상 중이다. 군위는 통합신공항을 통해 하늘 길을 열고 사통팔달 육상 교통 요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활주로가 군위읍을 향하고 있어 항공기 소음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우보 후보지에 비해 소음 피해 걱정을 덜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31일이 지나 공항이 무산되면 군위군은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농촌의 위기를 떠앉은채 쇠락하는 도시가 될 것은 자명하다"이라며 "여기에 더해 공항을 걷어차 대구경북 발전을 가로 막은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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