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나정순 씨 남편 故 여오동

입력 2020-07-23 16:30:00 수정 2020-12-10 11:13:24

부인 나정순 씨와 함께 찍은 남편 여오동(오른쪽) 씨의 생전모습. 본인제공.
부인 나정순 씨와 함께 찍은 남편 여오동(오른쪽) 씨의 생전모습. 본인제공.

나를 낳아 준 엄마 품에서 영감 품으로 시집을 왔다. 영감하고 같이 육십 오년을 살았다. 우리 부부는 농사일도 같이하고 여행도 함께 다니며 항상 붙어서 살았다. 일할 때 싸우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재미였다. 행복한 모습을 같이 먹고 같이 웃고 그렇게 함께 세월을 보냈다. 때로는 산과 들로 구경하러 다녔고, 영화를 함께 보러 가기도 했다. 육십, 칠십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걱정 없이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놀러 다니고 하루는 일하며 살아왔다.

평생을 건강하게 살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영감이 아파졌다. 영감이 병나니까 사는 것이 허무했다.

건강하게 같이 살다가 한날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 말을 잊었는지 영감이 갑작스럽게 병이 났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병난 영감을 아들 며느리가 돌보며 애를 썼다. 하루는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치매에 걸렸다고 했다. 바보 같은 그 병... 우리 영감은 오토바이를 타는 병에 걸려 하루도 안타면 안 됐다.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오토바이를 그렇게 찾았나 보다. 살다가 병이 나면 사람이 바보가 되는 인생이 한탄스럽다. 인생이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감이 옆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떠나고 나니 귀중한 존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부인 나정순 씨와 함께 찍은 남편 여오동(오른쪽) 씨의 생전모습. 본인제공.
부인 나정순 씨와 함께 찍은 남편 여오동(오른쪽) 씨의 생전모습. 본인제공.

고생하는 것을 보니 안쓰럽고도 지겨운 생각에 영감에게 "그렇게 고생할 거면 빨리 가라" 했었다. 그런 나에게 영감은 "안 가는데 어떻게 하노 말이다"하고 했다. 사람이 다 때가 있는 걸 나는 그것도 모르고 영감을 빨리 가라고 했다. 가고 보니까 너무 허전하다.

영감과 헤어지던 그 날 열이 나고 가래가 끓었는데, 잠시 운동 다녀 온 게 후회된다. 뒤 걱정하지 말고 잘 가소 할걸...

나도 이제 영감한테 갈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운동을 다녀오면 영감 생각에 문을 열고 "다녀 왔습니다"라고 말해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갔는지 알면서도 운동을 다녀오면 영감이 대답하지 않을까 불러 본다. 영감한테 잘 한 것은 생각이 나지도 않고 잘못한 것만 생각이 난다. 영감이 오랫동안 내 옆에 있어 행복했다. 떠나는 날까지 아들, 며느리 고생 안 시키도록 운동 열심히 하고 밥도 잘 먹으면서 건강하게 살다가 가야겠다.

영감아, 건강하게 조금 살다가 당신 뒤로 갈 것이니 기다리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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