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백선엽 장군님에게!

입력 2020-07-20 06:30:00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 4분께 별세했다. 향년 100세. 사진은 2013년 8월 경기도 파주 뉴멕시코 사격장에서 열린 백선엽 장군 미8군 명예사령관 임명식에서 미군 야전상의를 입은 뒤 경례하는 백 장군. 연합뉴스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 4분께 별세했다. 향년 100세. 사진은 2013년 8월 경기도 파주 뉴멕시코 사격장에서 열린 백선엽 장군 미8군 명예사령관 임명식에서 미군 야전상의를 입은 뒤 경례하는 백 장군.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백선엽 장군님! 머리 숙여 장군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장군께서는 생전에 전우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그리워하셨다지요. 생사를 함께했던 전우들을 하늘에서 만나 포옹하셨겠지요. 6·25 호국영령들이 많이 잠들어 계신 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으로 모셔 송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를 찾지 않았고 청와대·더불어민주당이 추모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을 두고 전우들이 통분하는 것을 장군께서 "괜찮다"며 오히려 위로하셨을 겁니다.

100년 삶을 통해 장군께서는 대한민국에 이바지하셨습니다. 가장 큰 공적은 칠곡 다부동전투에서 승리해 백척간두에 처한 나라를 구한 것입니다. 8천 명 병력으로 북한군 2만여 명의 총공격을 기적적으로 막아냈습니다.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쏴라"고 병사들을 이끈 장군님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영영 사라졌을 것입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장군께서는 생을 마감하면서도 국가에 기여하셨습니다. 이 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국민에게 일깨워주셨습니다. 어느 변호사는 장군님을 겨냥해 "6·25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쏘아서 이긴 공로가 인정된다고 현충원에 묻히는 게 맞느냐"고 했습니다. 남침한 북한군에 대응하지 말아야 했고, 한반도가 공산화되도록 놔뒀어야 했다는 망발입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현충원에 묻힌 6·25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옮겨야 할 판입니다.

더 큰 우려는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로, 미국이 참전한 바람에 우리 민족끼리 하나의 국가를 세울 기회를 날렸다고 여깁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기류가 팽배하고 있습니다. 간도특설대 근무를 꼬투리 잡아 국가보훈처는 안장 다음 날 장군님을 '친일 행위자'로 공개 낙인을 찍었습니다. 이 나라가 다부동전투 당시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나마 청년들이 정부 대신 장군님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차리고, 수만 명이 추모한 것에서 위안과 희망을 갖게 됩니다. 장군께서 목숨 걸고 지켜낸 자유·민주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더 많은 국민이 깨닫기를 바랍니다. 염치없지만 호국영령들과 함께 장군께서 하늘에서도 이 나라를 계속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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