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칼럼] 역대급 가계대출, 상환계획 함께 마련해야

입력 2020-07-19 15:38:23

올해 6월 발표한 한국은행의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황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기업은 유동성의 확보를 위해, 가계는 생계유지를 위해 대출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특히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현재 163%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빚은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현재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다. 빚을 질 때는 반드시 미래 소득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미래 소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금의 빚은 심각한 삶의 위기로 옮겨 갈 수 있다.

먼저 빚을 지게 되는 보편적인 상황을 따져보자. 여기서 전세자금이나 주택구입 자금 대출은 자산이 남기 때문에 제외한다.

첫 번째는 전 연령대에 해당되는 생활자금의 부족이다. 청년은 일자리를 가지기 전에, 자녀를 둔 가정은 교육비 때문에, 경제적인 정년을 맞이하는 50대는 이미 커져버린 소비 규모 때문에, 60대는 소득 절벽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다.

둘째는 창업자금이 필요해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율 25% 가까이로 OECD국가 평균(15%)보다 높다. 경기 침체로 조기퇴직자가 증가하고, 청년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보니 창업 비율이 유독 높은 탓이다.

세 번째는 의료자금이 부족한 경우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뛰어난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도 소득대비 과도한 의료비 때문에 삶의 위기를 겪는 가정도 많다. 장기 간병상태는 가족들을 분열 시키고 지치게 한다.

네번째는 사기로 인해 빚을 지는 경우도 있다. '사기공화국'으로 불릴만큼 사기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활개쳤다. 최근에는 취업 직전 젊은층을 상대로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알선해 주고 고액의 수수료를 편취하는 신종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다섯 번째는 투자(투기)를 위해 빚을 진다. 특히 최근 주식 투자 붐이 일면서 '나만 뒤쳐질 수 없다'는 불안심리로 인해 빚을 내서까지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빚낸 돈으로 투자할 경우 하락장에서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의 소실 속도도 빨라져 절대 빚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살아가면서 경제적 위기 상황에 직면할 경우 대출은 어쩔수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목적한 곳에 사용한 이후 상환계획을 마련하는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데 급급하다보니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간과하기 쉬운 것이다. 대출에는 반드시 상환계획을 함께 세워야 다시 급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는다.

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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