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의 새 신인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랜드'에는 지코와 비가 대표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랜드' 2회를 보다가 비가 연습생들 앞에 등장했다. 비는 "저는 대외적으로 프로듀서지만 아주 친근한 형이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러고나서 비가 "그냥 형이 말 놓을게"라고 하는 순간 난 채널을 돌려버렸다.
채널을 돌리게 만든 불편함은 2017년 KBS에서 비가 MC로 진행했던 '더 유닛'의 한 장면이 생각나서였다. 비가 '더 유닛'에서 미션 1위로 뽑힌 출연자들과 자신의 노래 '깡' 합동 무대를 연습할 때였는데, 전날 안무가 합이 잘 안맞았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비가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내는데 "집에 일찍 가고 싶어? 그럼 연예인을 하지 마. 가수를 하지 마"라며 호통을 친다.
난 이 장면이 보는 내내 불편했다. 지적을 할 때는 언성이 높아지더라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맞다. 그런데 비는 여기서 "집에 일찍 가고 싶어?"라고 호통쳤다. 이 모습은 마치 '꼰대'라 불리는 어르신들이 "요즘 애들은 나약해 빠졌어"라고 혀를 차는 모습과 오버랩됐다. 게다가 준비하는 무대가 그 유명한 '깡'이라는 사실과 합동 무대가 KBS '뮤직뱅크' 무대처럼 상징성있는 무대가 아니라 '더 유닛' 말미에 그냥 붙는 무대라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비가 저렇게까지 호통 칠 자격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었다.
그랬던 모습을 기억한 나는 비가 '아이랜드'에서 "친근한 형이고 싶다"며 "그냥 형이 말 놓을게" 하는 순간 '더 유닛'에서 호통치는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는 '아 저렇게 이야기하고서는 노력 어쩌구 하면서 호통치겠구나'하는 생각에 더 이상 지켜보기가 불편해졌다. 이 불편함은 비가 '아이랜드' 3회에서 "지금 잠이 오니?"라는 호통을 시전하면서 더더욱 가중됐다.
'아이랜드'를 지켜보면서 '비는 크게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흐름의 변화에 적응 못해 망하는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최근 광고에 나오는 비의 모습도 자신이 만든 '깡'이 그렇게 조리돌림 당하는데도 자신의 무뎌진 감각에 반성했다기 보다는 '물 들어왔으니 노 젓자'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아직도 화려한 조명이 자신을 감싸는 줄 아는 것 같다.
비의 능력치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아이랜드'에서 연습생들에게 원포인트로 콕 집어서 노래와 춤을 고쳐주는 모습을 보면 가수로서의 기술적 능력 자체는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서 자신이 시대를 받아들이는 감각은 그의 스승인 박진영보다 더 뒤쳐져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자꾸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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