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협회, 최숙현 피해 사실 알고도 장윤정 올림픽 출전만"

입력 2020-07-14 17:24:34 수정 2020-07-14 20:35:11

피해 인지 이틀 뒤 2020년 정기대의원총회서
"장윤정 올림픽 출전 목표로 최선 지원 해야"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 트라이애슬론 감독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장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 트라이애슬론 감독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장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철인3종협회가 고(故) 최숙현 선수의 가혹 행위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장윤정 선수의 '도쿄 올림픽 출전' 문제에만 급급했다는 의혹(매일신문 13일 자 1면)이 사실로 드러났다.

14일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이 확인한 대한철인3종협회 2020년도 정기대의원총회 회의록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월 14일 오후 4시 올림픽 파크텔 3층 회의실에서 대의원총회를 열었다.

박석원 회장이 의장을, 이재근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았다. 대의원 16명 중 11명이 참석했다. 경주시청팀이 속한 경북협회와, 대구협회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장윤정 선수와 관련된 총회 안건은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및 훈련 ▷도쿄 올림픽 출전 유력 선수와 사기 진작 포상금 지급안 등 2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이었다.

사회를 맡은 이 사무처장은 "장 선수 등이 5월 12일까지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 월드랭킹 아시아 지역 1위를 차지해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 사기 진작을 위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선수에게 포상금 1천만원을, 선수 지도자에게는 포상금 5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총회에서는 장 선수의 이름이 5차례나 거명될 만큼 비중 있게 다뤄졌다. 장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최선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박 의장도 "장윤정 선수 등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태국과 인도 아시안컵 대회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최숙현 선수의 가혹 행위 피해 관련 언급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협회는 회의 이틀 전인 2월 12일에 최 선수의 피해 사실을 이미 인지한 상태였다.

이날 총회에서는 미성년 선수에 대해 성폭력을 가한 경기도 모 고교 트라이애슬론 팀 감독이 협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영구 제명' 징계 의결이 됐다는 내용도 안건으로 보고됐다. 또 성폭력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안건도 보고됐다. 그러나 최 선수 사건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대한철인3종협회 관계자는 "처음 협회가 입수한 정보는 '최 선수가 김규봉 감독을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 뿐이었고, 장윤정 선수까지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던 탓에 관련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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