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오거돈 이어 '또 터진 미투'…권력형 성범죄 심각

입력 2020-07-10 18:23:42 수정 2020-07-10 20:19:56

전문가 "남성 우월 지배문화가 잔존하는 탓"
"광역단체장 프레임화는 본질 흐릴 수 있어"

(왼쪽에서부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왼쪽에서부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10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비서 성추행 혐의를 받으면서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더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7년부터 비서실 직원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8일 경찰에 형사 고소됐다. 다만 박 시장이 사망하면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앞서 4월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여성 보좌진을 성추행한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2018년 3월 비서의 성폭행 폭로 직후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최근 3년 새 현역 광역단체장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서나 비서관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남성 우월적 지배문화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탓이라고 분석한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형 성범죄는 예전부터 지속해왔다. 과거 은폐되던 문제들이 진보진영 집권 이후 활성화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힘입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진보 광역단체장들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컸던 만큼 국민들의 실망감도 클 것이다"며 "이번 사태는 앞으로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고위 공직자에게 주는 중요한 경고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권력형 성폭력이 광역단체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채장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진보진영 소속 시장과 도지사가 잇따라 성추문 사건에 연루됐다고 해서 이를 광역단체장이나 진영 문제로 프레임화 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교수, 대기업 사장, 검사 등 한국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성폭력을 비판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등의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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