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해도 어느덧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아 접하는 단어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같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생소한 단어들일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진료의사인 필자도 올 상반기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많이 했다.
학생 교육 측면을 보면, 우리나라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올 한 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으로 여름방학을 맞게 되었다. 필자도 의대 학생들을 한 번도 대면하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종강을 했다.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가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전면 비대면 수업 즉 온라인 수업을 했다.학생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급기야 대학생들은 등록금 환불 투쟁을 집단적으로 하고 있고 대부분 대학들이 장학금 형태로 일부 돌려주고 있는 형편이다.
의료계 측면을 보면, 코로나 사태 이후 환자를 전화로 진료 및 처방을 하는 비대면 진료가 일부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진찰'이라 함은 직접 환자 상태를 듣고 문진과 신체진찰을 통해 병의 상태와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의료행위는 환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며 의료는 기본적으로 의술(醫術)과 인술(仁術)을 포함한 전인치료이다. 대부분의 질병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후유증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와 대면하면서 치유할 때 더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의료계와 정부는 비대면 의료행위의 확대에 대한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라져있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올 2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효과가 나타난 만큼 이를 확대하고 정착시킬 예정이다. 화상 진료 인프라를 깔아 의사가 영상을 보며 처방할 수 있게 하는 '원격진료'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의사협회는 비대면 의료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의협은 '비대면 진료'라고 정부는 말하지만 사실상 '원격의료'와 다른 점은 없다고 한다. 지금의 비대면 의료는 어디까지나 한시적 조치이고 임시방편이지, 이를 사례나 허용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비대면 진료는 한계가 명확히 있으며 현행 의료법도 대면진료를 못박고 있다. 원격의료에 필요한 기기 등을 마련하려면 사회적 비용이 드는데 의료비를 통제하는 정부가 무엇으로 그 비용을 마련할 지도 의문이고, 수조원의 돈을 들일 정도로 원격의료가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의협은 "장밋빛 전망만 정부는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통신장비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 장비를 들이기 어려운 산간벽지 등의 현실을 무시하고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현 정부는 문케어, 비정규직 문제, 소득주도성장 정책, 원자력 발전소 폐쇄 등 중요한 국가적 아젠더를 전문가와 충분한 상의없이 인기영합주의로 결정하여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향후 원격진료의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된 의료 전문가 단체와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며, 특히 원격진료를 시행하기 위한 목적과 허용범위 등에 대하여 충분한 의견조율이 필요하다.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비대면 진료 확대 정책'은 국민건강권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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