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추진에 전쟁체험 세대 분노

입력 2020-07-09 14:40:05

"태평양전쟁도 국민이 잠든 사이에 시작…반대 목소리 높여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가 갑자기 논의에 불을 지핀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전쟁 체험 세대들이 분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육상 미사일 요격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를 백지화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보완 대책으로 일본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상대의 능력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논의 안에 틀어박혀 있어도 괜찮은가 하는 인식을 토대로 자민당 국방부회 등에서 제안이 나왔다"며 "정부도 새로운 논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도 2003년 방위청(현 방위성) 장관 시절의 국회 답변에서 미사일에 연료 주입을 시작하는 등 일본을 공격할 의사 표명이나 준비행위가 있는 경우 '적국의 기지'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일본 유력 정치인들은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8일 열린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일본으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사일 발사 전 단계에서 '적의 발사대나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헌법상 자위 범위에 포함된다며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방위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 정부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향후의 방위정책으로 결정하면 F-35A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합동타격미사일(JSM) 보유를 늘리는 등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쟁 체험 세대와 피폭자들을 중심으로 "전쟁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의 도쿄 대공습을 경험한 사오토메 가쓰모토(早乙女勝元·88·작가) 씨는 "뭐라고 둘러대도 선제공격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추진하는 아베 정부를 비판했다.

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78)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단체협의회 이사장 대행은 "마치 전쟁을 용인하는 듯한 (고노 방위상의) 발언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고 원폭을 투하 당한 나라로서 전후에 크게 반성해 평화헌법을 소중히 지켜왔다. 피폭지 주민들이 그간 부전(不戰)과 핵무기 폐기를 호소해온 것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야마시로 히로지(山城博治) 오키나와 평화운동센터 의장은 "중국과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만일 동중국해 난사이(南西) 제도에서 (일본이 선제) 공격하면 빗발치는 반격을 받게 된다. 큰 충격과 공포다"라며 "적 기지를 공격하면 괜찮다고 하는 것은 정신론(精神論·정신주의에 입각한 논의)이다. 이전의 전쟁에 대한 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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