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작품은 눈으로만 보세요”

입력 2020-07-09 15:30:00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나는 전시장에서 관람객에게 "안녕하세요" 그리고 "작품은 눈으로만 보세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한 어린이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전시장에 들어섰던 날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작품 보호 펜스를 줄넘기 삼아 넘나드는 것은 물론 온몸으로 감상하는 편이다. 결국 그 어린이 관람객은 작품을 손으로 만졌고 나는 "작품은 눈으로만 보세요"라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아이의 부주의를 방관했던 어머니는 도리어 나에게 불쾌감을 표현했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듯 한 작가의 작품도, 전시장의 공간도 그렇게 대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작품 보존과 관람객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전시장의 수호자'이다.

작품은 왜 눈으로만 봐야 할까? 다시 말해 왜 손으로 만지면 안 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작품 손상에 있다. 그 경우는 물리적, 화학적, 인위적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미술 작품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여 높은 온도에는 곰팡이나 균이, 높은 습도에는 작품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는 18~24℃, 40~55%의 적정 온·습도를 유지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이루어진다. 최근 바로크 시대의 미술품이 복원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색이나 열화 현상이 있던 작품을 복원하고자 했으나 잘못된 방법으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잃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관의 부주의나 복원 과정에서의 실패로 인해 작품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지난날 '모나리자 도난 사건'을 비롯해 누군가 던진 돌멩이에 물감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페인트 세례를 받기도 하는 등 인위적인 훼손을 당했었다. 이후 보호 장치와 펜스, 그리고 방탄유리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지만 순회 전시 불가는 물론 재료의 질감이나 표현 기법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국내의 한 원로작가 작품은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고, 물에 젖거나 일부가 찢어지는 등 크게 훼손되었다. 미술관 측의 관리 부주의와 관람객의 잘못된 인식이 빚어낸 안타까운 결과로 인해 그 작품을 다시 만나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작품 보존을 위해 지금의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갤러리 등 여러 전시장에서는 '전시 관람 예절'에 대한 유의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주로 '음료나 음식물 반입금지', '대화는 작은 소리로', '뛰거나 장난치지 마세요', '작품 보호선을 넘지 마세요' 등의 내용이다. 전시장 방문에 대한 기본 수칙과 타인의 감상에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주의를 요하므로 관람객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예술작품의 가치를 존중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함께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전시장의 수호자들은 관람객에게 인사말과 함께 건넨다. "작품이 아야(아파) 해.", "작품은 눈으로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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