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투쟁 낳는 정권

입력 2020-07-06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두 사람이 대한민국을 지켜본다면 이구동성으로 혀를 차지 싶다. 이들이 설파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홉스), '아노미'(뒤르켐) 상태를 이 나라가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3년 내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상화됐다. 조국·윤미향 사태, 한·일 갈등, 부동산 폭등,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관련된 의혹과 비리 등 진영 간 투쟁을 야기(惹起)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워낙 싸움이 격렬해 내전(內戰) 상태란 말까지 나왔다. 이 와중에 공통 가치나 도덕 기준이 없는 혼돈 상태를 뜻하는 아노미(anomie)에 이 나라가 빠졌다.

나라를 투쟁·혼돈으로 몰고 간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첫째는 실력 부족 탓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인국공 사태가 대표적이다.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21차례에 걸쳐 규제 위주의 땜질 대책을 남발했다. 문 대통령의 '1호 현장공약'이란 데에만 꽂혀 인국공 정규직 전환을 강행했다. 전후좌우를 두루 살펴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둘째는 아군과 적군을 갈라치는 행태에 따른 투쟁·혼돈 속출이다. 만약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의원이 상대편이었다면, 윤 총장이 정권 관련 비리들을 파헤치지 않고 덮어 '우리 윤 총장님'에 머물렀다면 문 대통령과 정권은 전혀 다른 언행을 보였을 것이다. 한·일 갈등에서 보여준 정권의 반일 프레임 활용처럼 정권 유지에서 촉발된 투쟁도 있다.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극복하려면 '국가'라는 괴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땅에선 국가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부르는 괴물이 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가 이를 일찍이 예견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지속적이고 영원한 투쟁 상태에 있다. 그리고 사회를 가르는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다. 전선은 우리를 어느 한 진영에 속하게 만든다. 중립이란 없다. 우리 모두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나라에서 얼마나 더 많은 투쟁·혼돈이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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