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부담 주는 효과…확실한 무죄 증거 없다면 자충수 될 수도
농약 사이다 사건·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재판, 배심원 전원 '유죄'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국가대표 유도선수 왕기춘(32) 씨가 최근 열린 첫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이 재판에 참석해 유·무죄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을 내리는 재판 방식이다. 형사 사건을 대상으로 하며, 배심원단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있다.
왕 씨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명인의 경우 재판 과정의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왕 씨의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당시 "혐의에 대해 상식적인 시각에서 판단 받고자 신청했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이들은 법리가 아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무죄를 호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다고 한다. 통계적으로도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무죄 선고율은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2018년 실시된 국민참여재판 175건 중 무죄 선고는 34건으로, 5건 중 1건 꼴(19.4%)이었다. 같은 해 재판에 넘겨진 23만7천699건의 형사 사건 중 무죄 판결 비율이 3.15%(7천496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경우 검찰 측에 짧은 시간동안 일반인을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 지역 한 검사는 "법률 전문가인 법관이 아닌 시민들을 대상으로 완벽하게 설득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고 준비에 품이 많이 든다. 국민참여재판에 대비해 평소 검사들이 별도로 스피치 교육을 받을 정도"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무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6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고인 측이 "직접 증거가 없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 받을 필요가 있다"며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배심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린 바 있다.
또 2014년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당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전원이 유죄 평결을 내리면서 변호인단의 선택이 자충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에서는 검찰의 고압적 신문, 유도 신문을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무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국민의 반감으로 여론 재판이 돼 오히려 중한 벌을 받게 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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