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양을 안 키운다. 이유인즉슨 '양도 소득세' 때문이란다. 양에게도 세금을 물리니 키울 이유가 없다는 거다. 물론 웃자고 하는 '아재 개그'다. 공교롭게도, 사람보다 양이 열 배 많은 뉴질랜드에서는 양도소득세가 없다. 양에게 세금을 안 매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양도소득세라는 세금 항목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 재정 관료만큼 양도소득세를 쉽게 생각하는 나라도 잘 없는 듯하다. 전가의 보도인 양 양도소득세 카드를 꺼내 든다.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단순화해 보면 결국 세금을 왕창 매기거나 대출을 옥죄는 방향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무려 21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은 이를 비웃듯 뛰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시장 개인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연간 2천만원 이상의 투자 소득에 대해 20~25% 세금을 물리겠다는 내용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개인투자자 가운데 5%만 양도소득세 대상일 뿐 증권거래세가 0.25%에서 0.15%로 낮아지니 대다수에게는 이득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데다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떼내 간다면 주식은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결과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해외 증시나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매우 높다. 대만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신설했다가 증시 40% 폭락을 경험하면서 철회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거래세 인하라는 선심을 쓰는 것 같지만 개인들의 단타(단기 매매)가 늘어날 것이기에 거래세 세수 총액은 줄지 않거나 도리어 늘어날 수 있다. 더군다나 양도소득세 세입이 새로 생기니 정부로서는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격이다.
최근 일련의 정부 정책들이 결국 증세와 관련돼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재정 지출과 국가 채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세금 쓸 데는 많은데 낼 사람은 줄어들고 있으니 정부는 어디서든 짜내 재정 곳간을 채우고 싶어 한다. 그러니 재난지원금 40만원 받았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든 세금 고지서로 돌아오는 것은 필연적이기에 그렇다.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 양두구육(羊頭狗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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