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우 변호사
5·18 신화의 입구에 ''라는 황석영 작가의 책이 있었다. 사망자 수 2천 명부터 사망 경위까지 여러 세부 항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5·18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1980년대 대학가에서 저 책의 영향력은 쓰나미와 마찬가지였다.
40년이 지난 오늘, 5·18은 아직도 역사이기를 거부하고 한층 더 신화와 성역으로 치닫고 있다. 1980년대 골방에 숨어 저 책을 읽던 운동권 세대가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4·15 총선을 거치며 모든 국가 사회기관을 접수한 양상이다. 그들은 '역사왜곡금지법' '5·18왜곡처벌법'을 통과시키려 한다.
양향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폄훼하거나 피해자 및 유가족을 이유 없이 모욕하는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회 이상 재범 시 곧바로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5·18 특별법 개정안'은 인터넷과 출판물에서 5·18을 왜곡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5·18에 대해 조금이라도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것은 아우슈비츠 대학살 같은 반인도범죄를 옹호하는 일이기에 처벌되어도 마땅하다고 한다. 정작 국제적인 반인도범죄의 표상인 북한 정치범수용소 20만 피감금자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인권 범죄를 자행하는 김정은에 대해서는 위인맞이 행사를 해도 관용해야 한다.
5·18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항의한 평화적 시위와 같이 자유민주화운동의 요소를 분명히 품고 있지만, 좌익 사상범 등 2천700여 명을 수감 중인 광주교도소를 며칠간 무장공격한 것과 같이 자유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는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반란수괴 등의 죄로 무기징역을 확정한 1997년 대법원 판결조차 "3공수여단 11대대 병력이 1980. 5. 21.부터 같은 달 23.까지 광주교도소의 방어 임무를 수행하던 중 무장 시위대로부터 전후 5차례에 걸쳐 공격을 받았는데, 같은 달 22. 00:40경에는 차량 6대에 분승하여 광주교도소로 접근하여 오는 무장 시위대와 교전하고, 같은 날 09:00경에는 2.5톤 군용트럭에 엘엠지(LMG) 기관총을 탑재한 상태에서 광주교도소 정문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총격을 가하여 오는 무장시위대에 응사"했다고 증거한다.
5·18의 심각한 양면성을 무시하고 1995년 '5·18 특별법'을 제정한 이래 우리 사회는 25년간 '역사 바로 세우기'에서 '역사 왜곡 금지'를 거쳐 '역사 새로 쓰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4·19나 1987년 6월과 달리 5·18의 성역화는 한국사를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양분하여 지고지순한 5·18 계승 세력 대 악마적 적폐 세력 간의 싸움이란 틀을 고착시킨다. 5·18을 절대화할수록 자유체제 건국과 6·25, 산업화와 평화적인 민주화 이행, 자유통일이라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정방향이 망각되고, 친일·독재·분단 세력 대 자주·민주·통일 세력 간의 영구한 대립만이 신념화된다.
이제 더는 두려움과 움츠러듦으로 자유인의 상식이 가리키는 진실을 덮고 순응할 수는 없다. 1980년대에도 자유롭던 대학가의 정부 비판 대자보 부착이 처벌되는 데서 보듯 이미 우리 사회의 가치 역전과 권력 역전은 지나칠 정도로 진행되었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쳤던 열정을 되살려 일그러진 운동권 공화국의 핵심에 놓인 거짓 신화와 성역화를 거부할 때다. 5·18은 자유민주화운동을 분명히 포함하지만 그에 포함될 수 없는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자를 역사 왜곡으로 처벌할 때,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자유헌정에 반하는 요소를 성역화하여, 이것을 비판하는 자를 국가가 처벌한다면, 이미 그 국가는 자유체제이기를 멈추고 다른 체제로 변성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5·18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화화와 성역화의 방향에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순을 품은 삶의 역사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할 때 진정한 국민 통합, 생명의 역사, 축복의 통로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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