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신불의 꽃 백련(白蓮)이 피다.

입력 2020-07-01 15:16:00 수정 2020-07-01 16:51:31

동진스님 망월사 주지. 백련차문화원장
동진스님 망월사 주지. 백련차문화원장

연꽃이 피는 7월이다. 백련이 피는 연밭을 산책하며 향기를 듣는다.

꽃 중에 가장 크고 향기로운 꽃이 연꽃이다. 전국의 연지(蓮池)는 백련과 홍련의 출렁임 속에 많은 사람들과 차인(茶人)들을 설레게 한다. 연(蓮)과 함께하는 축제와 차회(茶會)가 열린다. 연과 함께 있노라면 연잎의 아름다운 자태와 연꽃의 우아함, 향기에 취해 무아(無我)의 경지에 도달한다.

연꽃은 군자의 상징으로 동서양의 많은 문인, 사상가, 철인들이 서정을 붙이고 송가를 불러 애찬했다. 무릇 연꽃 피는 계절은 예나 지금이나 차인들과 문인, 학자, 예술인들을 집 안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는 것 같다.

인도에서는 백련(白蓮)을 '신(神)의 어머니'라고 하여 '라지브'라고 한다. 인도 최고 경전인 리그베다의 '마하파라다'(mahabharata)에 따르면 태초의 세상에는 물만 있었다. 그 물속에서 비슈누(visunu) 신이 나타나 세계를 창조할 때 그의 배꼽에서 흰 연꽃이 피어났다. 그 꽃잎에서 창조의 신 브라만(Brahman)이 탄생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낳게 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인도 사람들은 흰 연꽃을 지구에서 가장 성스러운 꽃으로 추앙한다. 국화로 제정했으며, 경사스러운 행사에 백련을 신불(神佛)에게 올리고 찬탄한다.

옛 그리스에서는 연꽃을 영생의 상징으로 보았다. 연꽃이 태양보다 먼저 피고 먼저 지는 것을 보며 태양신이 부활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시인 호머는 그의 서사시 '오딧세이'에서 연꽃의 열매를 먹으면 나라도 집도 친구도 모두 잊어버리고 열락(悅樂)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표현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전의 벽과 기둥, 조상(彫像) 주변에 연꽃, 파피루스, 종려 등을 조각하여 모든 예술의 모티브로 이용하였다. 연의 씨앗은 2천 년이 넘어도 발아해서 부활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경(詩經)에서는 여인을 사모하는 애틋한 마음을 연꽃에 비유했다, 저 유명한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연꽃 피는 날이면 아아! 이내 마음 길을 잃고 헤매니, 내 어찌하리오"라고 노래했다. 도연명과 백낙천은 국화를 사랑하였지만 중국 송나라의 대학자 주돈이는 119자의 문장으로 연을 칭송하는 애련설(愛蓮說)을 지었다.

"물과 육지의 초목과 꽃 중에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다.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이 목단을 사랑했는데 나는 홀로 연을 사랑하노라. 진흙에서 나도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고 속은 텅 비어 있고 겉은 곧으며 넝쿨과 가지도 뻗지 아니하고 향기는 널리 풍기어 더욱 청아하며 물 가운데 맑고 깨끗하게 서 있으며 가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매만질 수는 없다."

연꽃은 최대 가치 격인 군자에 비유되었다. 군자가 세속에 처신하면서 악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불교뿐만 아니라 동서양에서도 청빈과 고고함에 비유되어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 옛 선인들은 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四君子)보다도 연꽃을 으뜸으로 칭송하였다. 고대 민속에서 연은 창조, 부활, 염원, 청정, 다산, 장수, 풍요를 상징했다.

망월사 백련연지에는 연꽃 봉오리가 수많은 병사가 창을 들고 서 있는 것처럼 많이 올라왔다. 일주일 뒤면 하얀 연꽃이 물결을 이룰 것 같다. 재작년 연밭을 넓히기 위해 옆의 땅과 소나무밭을 매입하고 정비하였다. 그곳에 작년 강진 금당지에서 옮겨온 백련 씨앗을 심었다. 금년에는 꽃을 엄청 피울 것 같다. 꽃이 많이 피는 토종 연근 종자로 바꾼 보람이 나타난다. 비로소 사바세계인 예토에 향기롭고 성스러운 극락세계의 연꽃 '푼다라카' 하얀 백련이 피어난다.

처렴상정(處染常淨)의 연꽃처럼 모든 것을 수용하고 모든 것을 맑게 하는 진리를 전한다.

세상이 그렇게 맑고 향기롭기를 염원한다.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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