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월드 클래스' 노리는 블랙핑크의 전략

입력 2020-07-03 17:30:00

블랙핑크의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하우 유 라이크 댓)의 뮤직비디오 조회수 1억뷰를 기념하는 이미지.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가 지난달 26일 발매한 싱글 'How you llike that'(하우 유 라이크 댓)의 돌풍이 심상찮다. 뮤직비디오가 공개 된 후 24시간 조회수가 8630만 뷰를 넘기며 전세계 최단 시간 최고 많이 본 뮤직비디오가 되었으며, 32시간 22분만에 1억뷰를 돌파, 전세계에서 최단 시간 1억뷰 달성 뮤직비디오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등 해외 음원차트 또한 '올킬'하는 위업을 달성한 건 당연해 보일 정도다.

'How you like that'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의 성공을 위해 전략을 새롭게 수립한 부분이 곳곳에 보였다.

일단 노래에 '뽕끼'가 많이 빠졌다. 이전에 발표한 노래들의 경우 멜로디에서 '누가 들어도 한국 가요'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노래는 그런 부분이 줄어든 모양새다. 그리고 가사를 살펴보면 YG엔터테인먼트의 다른 노래들과 달리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다. 한 예로 'How you like that'의 가사 중 'Look up in the sky it's a bird it's a plane'은 영화 '슈퍼맨' 중 슈퍼맨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우연히 본 사람들이 자신이 본 게 새인지 비행기인지 헷갈려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다. 이게 앞에 나온 가사인 '날개 잃은 채로 추락했던 날/어두운 나날 속에 갇혀 있던 날/그때쯤에 넌 날 끝내야 했어'와 붙으면서 "날 견제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끝내버렸어야지"라는 식의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게 많은 팬들과 네티즌들의 해석이다.

재미있는 건 블랙핑크가 이때까지 발표한 노래 중 이정도로 깊은 해석을 요하는 노래가 이전까지 없었다는 사실이다. 노래속에 실마리를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해석의 재미를 주게 하는 방식은 방탄소년단과 SM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하는 노래들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를 YG가 차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패션 또한 굉장히 전략적으로 접근한 느낌이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한복 스타일의 의상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고전의 재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복을 재해석하면서 너무 노출이 많게 만든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긍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어쨌든 이 의상을 통해 블랙핑크는 K팝 아이돌로서의 정체성도 심어주는 방향으로 간 것으로 분석할 수 있겠다.

현재 블랙핑크와 YG의 이런 선택은 순항중이다. 앞서 말한 지표들이 이를 잘 반영해주고 있으며, 심지어는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을 메가톤급 K팝 그룹으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내우외환이 많았던 YG가 블랙핑크를 통해 다시 한 번 일어설 것인지를 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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