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여야 합의 실패…18개 상임위 與 독식

입력 2020-06-29 16:43:29 수정 2020-06-29 21:49:02

통합당 불참 속 본회의 강행…35년 만에 원내 1당 '싹쓸이'
통합당 "전대 미문 의회 독재"

29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29일 제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두고 마지막 협상에 들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를 강행해 18개 상임위원회를 독식했다. 과반수 원내 1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전석을 차지한 것은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고 "오늘로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개원식도 원 구성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여야는 어제저녁 원 구성과 관련된 합의 초안을 마련하고, 오늘 오전 중으로 추인을 받아 효력을 발생하기로 합의했으나 통합당은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하며 야당에 협상 결렬 책임을 돌렸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경제 난국, 남북 경색으로 국가는 비상시기다. 일자리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서민들을 더는 외면할 수 없어 원 구성을 마치기로 했다"면서 "의장과 여야 모두 국민과 역사의 두려운 심판을 받겠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중진의원들이 29일 오후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점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중진의원들이 29일 오후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점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에 앞서 21대 국회 전반기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중 11개 위원장 후보자를 자당 의원으로 내정했다. 여야 국회부의장 합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 후보자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게 됐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 도종환·여성가족부 장관 출신 진선미 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각각 선출돼 장관 출신은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다는 민주당 내 암묵적 합의도 깨졌다.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단 선출을 위해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단 선출을 위해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미래통합당은 "의회 독재"라며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상임위원 명단도 제출하지 않고 본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통합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내정됐던 정진석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국회부의장 안 한다"고 밝혔다.

범여권인 정의당도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에만 주어진 권한이지만 교섭단체 양당은 협상에 실패해 18개 상임위원장을 하나의 당이 독식하는 사태가 됐다"며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국회 사무처의 '역대 국회 구성 정보'를 보면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하는 관행은 1987년 민주화로 도입된 현행 헌법 아래 이듬해 치러진 13대 국회(1988∼1992)부터 시작됐다. 당시 의회지형이 여소야대로 바뀌자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직을 분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