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테크핀…기술력을 앞세운 IT업체들의 금융혁신

입력 2020-07-01 14:14:44

3천만 가입자 네이버 최근 '네이버통장' 출시로 본격화
간편성만 앞세우다 자짓 보안문제 놓칠라 우려

이미지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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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체가 주도하는 금융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3천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네이버가 지난달 자신들의 자회사를 통해 '네이버 통장'을 내놓자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잇따라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주도하는 '테크핀(Techfin) 현상'이 주류를 이루면서 기존 금융업계를 흔드는 메기 효과가 기대된다는 목소리와 정보 독점에 따른 보안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테크핀이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를 바꾼 용어로 기술력을 앞세운 IT업체가 주도하는 금융 혁신을 일컫는다. 2016년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6월 8일 네이버 통장을 출시했다. 100만원 한도로 최고 3%의 이자를 제공하면서 기존 시중은행의 0% 금리와는 차별화를 뒀다. 자사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연동하면 최대 9% 포인트 적립도 가능하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 초년생·소상공인·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도 지난 2월 카카오페이증권 설립하면서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한 외연 확장에 나섰다. 3월에는 5% 수익률을 보장하는 증권 계좌를 출시했고 이달 초 암호 화폐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디지털 지갑 '클립'도 출시했다. 조만간 자동차 보험 서비스도 내놓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KDB산업은행과 함께 200만원 한도 연2% 금리를 주는 'T이득통장'을 내놓으면서 고금리 상품 행렬에 끼어들었다. 시중은행들의 입출금 통장 예금 금리가 통상 연 0.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IT기업들이 잇따라 금융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테크핀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앞서도 카카오와 KT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면서 시장을 흔든 바 있다. ICT 플랫폼도 궁극적으로는 쇼핑, 금융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기에 금융 서비스 진출은 필연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회사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연계하면 큰 시너지 효과 낼 수 있는 점도 이를 부추긴다.

실제 배달의민족과 쿠팡도 각각 배민페이와 쿠페이를 출시하고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대표주자 토스는 보험 판매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보험설계사의 대면 영업업무를 돕는 앱을 개발하자 본격적으로 보험 판매에 나서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1천700만 가입자를 둔 토스가 보험영업에 나서자 경쟁사들 벌써 긴장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연례 보고서에서 대형 테크기업들이 금융 분야를 지배할 만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낮은 비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음으로 고객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 행동(소비)이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 안정성이나 소비자 보호 분야는 테크기업들의 약점으로 꼽힌다.

대기업이 '데이터-네트워크-소비'라는 선순환 구조를 활용해 빠르게 업계를 장악하면 경쟁 문제나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설명이다. BIS는 금융 규제 전반과 경쟁 정책,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정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 6월 3일 국내 테크기업 1위로 불리는 토스가 고객 8명의 계좌에서 900여만원이 빠져나가는 '보안 사고'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토스 측은 정보 유출이 아닌 도용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부정 결제라고 선을 그었다. 제3자가 사용자의 인적사항 및 비밀번호 등을 이용해 웹 결제를 이용한 부정 결제로 파악했다는 설명이다.

토스 측은 문제가 발생한 사용자의 계정과 의심되는 IP로 접속된 계정을 즉시 차단하고 고객 8명에 대한 부정 결제건 938만원도 전액 환급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웹 결제 가맹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도용된 정보로도 결제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한 가입자들의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등 여진은 계속되면서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당국의 책임론마저 부각되는 등 그동안 간편함과 편리함만 추구해오던 테크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보안에는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에 대해 토스 측은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만큼 고객의 정보 보호 및 보안은 토스팀의 최우선 순위"라며 "회사 설립 이후 지속해서 매년 업계 최고 수준의 보안 투자를 유지하고 앞으로도 고객분들의 소중한 정보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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