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 창녕 어린이, 文대통령 부부에 편지

입력 2020-06-25 15:51:47 수정 2020-06-25 15:56:46

박경미·김유임 비서관 문 대통령 지시로 경남서 창녕 어린이 만나
창녕 어린이에 펭수 인형 등 선물
정부, 7월 중순까지 아동학대 합동 대책 수립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인 24일 박경미 교육비서관과 김유임 여성가족비서관이 최근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된 당사자인 창녕 어린이와 만난 사실을 전했다.

두 비서관과 창녕 어린이의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들에게 "아이를 만나서 보듬어 주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시는 지난 16일 청와대가 브리핑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그 후속 조치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강민석 대변인에 따르면 두 비서관은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창녕 어린이가 돌봄을 받고 있는 경남 소재 한 아동복지전문기관을 찾아 창녕 어린이 및 또 다른 또래 학대 아동 1명과 만났다.

두 비서관은 "대통령께서 보듬어 주라고 하셔서 아줌마들이 왔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준비해 간 펭수 인형과 동화책 '빨간 머리 앤', 덴탈마스크, 영양제를 선물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아이는 면담 내내 시종 발랄했으며, 특히 대통령께서 자신을 위해 두 비서관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기뻐했다"며 "두 어린이는 즉석에서 각각 '대통령 할아버지 할머니께'라는 제목을 달아서 편지도 썼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께 각각 두 통씩 쓴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석 대변인은 "편지 내용은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으나 창녕 어린이가 쓴 편지에는 대통령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차 조심하셔야 돼요'라는 어린이다운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두 비서관의 말을 전했다.

아울러 창녕 어린이는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인데, 앞으로 샤넬 옷 같은 좋은 옷을 만들어서 대통령 할아버지께 드리고 아줌마들한테도 공짜로 드리겠다"고도 말했다고 강민석 대변인은 전했다.

다만 창녕 어린이가 쇠사슬에 매어 생긴 목의 상처, 뜨거운 프라이팬에 데어서 생긴 손의 상처, 온 몸의 피멍 같은 외상은 아직 남아 있어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도 강민석 대변인은 밝혔다.

두 비서관이 창녕 어린이를 만난 소식을 전한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동학대 문제 관련 지시를 재차 했다고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위험 아동 2만5천 명을 대상으로 전국 읍면동 공무원들이 가정방문을 실시, 학대 발생 여부를 점검한 뒤 학대 상황 발생 시 경찰 신고 및 복지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는 보고를 받은 후 "위기 아동을 다루는 프로세스에 계신 분들은 이 문제를 여러 행정사무에 하나로 다루지 말고 자기 일처럼 해 주길 바란다"고 특별히 부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 아동을 위한 대책은 그간 많이 마련했지만 문제는 잘 작동이 안 된다는 점"이라며 "행정사무를 다루듯이 하지 말고 전체 프로세스를 엄마 같은 마음으로 챙겨야겠다"고 지적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정부는 아동학대와 관련한 합동 대책을 7월 중순까지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4학년생인 창녕 어린이는 5월 29일 집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창녕군 한 도로 위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창녕 어린이는 2주간 입원한 후 현재 시설로 옮겨졌다.

이 어린이를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계부는 지난 22일 검찰에 넘겨졌고, 친모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학대 혐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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