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삼국유사면과 홍익면

입력 2020-06-25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남한산성과 무릉도원 또 삼국유사.'

이들의 공통점은? 먼저 네 글자의 한자다. 또 다른 같은 점도 있다. 바로 지방 행정조직의 하나인 면(面) 이름으로도 쓰이는 사실이다. 물론 앞의 둘은 현재 쓰이는 면 이름인 반면, 뒤는 2021년 1월부터 현재 사용 중인 면 이름을 대신해 공식 명칭으로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2018년 12월 31일 행정안전부 기준으로 전국에는 17개 시·도에 226개 시·군·구가 있고, 그 아래에 3천510개의 읍·면·동이 속한다. 면은 모두 1천184개인데, 면 이름은 저마다 다르지만 같은 이름도 많다. 사연과 특징도 여럿이다.

우선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처럼 방향과 위치를 뜻하는 한자를 내세운 한 글자의 면 이름이 숱하다. 경주시와 울릉군의 서면(西面), 울진과 울릉의 북면(北面), 강원도 양구와 전남 화순의 동면(東面), 강원 영월과 충남 부여의 남면(南面), 경기도 연천의 중면(中面)이 그렇다.

이런 일부 외글자 면 말고는 사람 이름처럼 대부분 두 글자다. 흔히 두 글자는 면이 위치한 지리와 산세의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배경이 바탕이다. 더러는 경북 포항 호미곶면이나 울진 금강송면, 충북 영동의 추풍령면,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면처럼 세 글자로 된 면도 있다.

이와 달리 드물게 네 글자 면도 생겼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과 강원도 영월군의 무릉도원면처럼 말이다. 2015년 10월 기존 중부면에서 바뀐 남한산성면은 이름과 같이 남한산성(南漢山城)에서 유래한다. 2016년 11월 종전 수주면에서 달라진 무릉도원면(武陵桃源面)은 무릉리와 도원리에서 나왔다.

이와 다른 갈래인 삼국유사면은 경북 군위군 고로면을 대체할 새 이름이다. 고려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땄다. 군위 상징인 삼국유사로 면을 알리려는 뜻이다. 최근 주민 조사에서 83.7% 찬성으로 채택될 만큼 압도적이니 면민의 삼국유사 사랑을 알 만하다.

특히 군위는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공원 시설을 지난 10년 세월 동안의 준비를 마치고 다음 달 의흥면에서 개장한다니, 삼국유사 산실인 고로면(삼국유사면) 인각사와 함께 삼국유사를 알릴 호기이다. 바뀔 삼국유사면이 길면, 부르기 좋게 삼국유사에 깃든 홍익(弘益) 정신을 살려 홍익면이라 이칭(異稱)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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