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백종원 마케팅' 두고…"대중 친화적" vs "희화화"

입력 2020-06-24 17:46:17 수정 2020-06-24 21:34:43

대선 후보 언급에 통합당 술렁…"잠재적 도전자들 분발 촉구 신호"
"黨 내부서 후보 찾아야" 비판도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영리 공익법인 회계투명성 확보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로 백종원 씨 같은 분은 어때요?'라는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한 마디에 당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대선 후보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일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는 '노련한 담론 제조기'가 내놓은 발언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대중 친화적인 대선후보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라는 해석과 함께 '킹메이커'를 자처해온 김 위원장이 기존 대권 주자와 잠재적 도전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당 안팎의 대권주자들도 김 위원장의 눈에 들기 위해 '백종원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차기 대선 주자를 묻는 질문에 "백종원 대표 같은 분은 어떤가"라고 답했다.

조수진 통합당 대변인은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계속 웃으면서 '백종원 씨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분인 것 같더라. 싫어하는 사람이 없던데요'라고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조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 대해 "저는 대선 2년 전 현재 시점의 대세론은 크게 의미가 없고 대선주자 등 유력 정치인은 인지도와 인기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혐오도 적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 정도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위원장이 당 안팎의 대선주자들을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 무대에서 십여 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잠룡들이 정치경력이 전무한 요식업계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대표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한 중진의원은 "왜 김종인 씨가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당 대선 후보는 우리당 내부에서 찾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차기 대권주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제시하면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기존 대권주자들에게 자극 주겠다는 의중도 이날 발언에 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보수진영 잠룡들의 백종원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4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달을 가리키면 달을 쳐다봐야지, 왜 손가락을 바라보는가"라며 "백종원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대선 출마 의지를 다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날 라디오방송에 나와 "그 정도로 국민적 거부감이 없고 많은 분과 스스럼없이 소통이 잘 되는 인물을 찾아야 하고 그런 인물이 되라는 취지의 주문 아니겠나"라며 "'좋은 비유'라는 생각을 했다"고 김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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