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일터는 안전한가요] <3>사망 위험 큰 질식 사고 막아라

입력 2020-06-24 17:05:27 수정 2021-07-06 11:39:55

매일신문·TBN대구교통방송 공동기획…질식 재해 사망률 50%, 구조자 목숨도 위협
산재 비중 낮지만 사망 위험성 커…2명 이상 동시 사고 가능성도 높아
작업장 정보 공유·안전 규칙 준수를

23일 오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특별단속반이 경북 영천의 한 제조업체를 찾아 질식위험 공간인 폐수처리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서광호 기자
23일 오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특별단속반이 경북 영천의 한 제조업체를 찾아 질식위험 공간인 폐수처리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서광호 기자

해마다 산업 현장의 질식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발생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을 위험성이 크다. 또 한꺼번에 여러 명이 사망하는 사례도 많다. 작업장 내 저장 탱크는 물론 배관작업 현장, 지하 기계실, 건설현장 등 다양한 곳에 질식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특별단속반과 함께 제조업체를 찾아 현장의 문제를 살펴봤다.

◆특별단속반의 질식위험 공간 점검

23일 오후 2시쯤 경북 영천 대창면의 한 제조업체. 직원 17명 규모의 이곳은 폐비닐 등을 가공해 플라스틱 제품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작업장에선 컨베이어 벨트가 바쁘게 움직였고, 폐비닐을 가공하는 기계에선 짙은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나왔다. 작업장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폐수처리시설이 있었다. 폐수를 모아 찌꺼기를 걸러낸 뒤 압축기로 수분을 빼내 재활용했다.

지난해 9월 10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 한 수산물가공공장에서 발생한 가스질식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질식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이곳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의 특별단속반(패트롤)이 출동했다. 사업장 중 밀폐공간인 폐수처리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였다. 질식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점검을 마친 특별단속반은 이 업체를 '중위험' 사업장으로 분류했다. 폐수처리시설에 유해가스의 농도를 측정하는 기기가 없어서다. 또 질식위험 공간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 표시도 없어 보완을 지시했고, 보유한 통풍기를 환기를 위해 적당한 장소에 배치할 것도 지적했다.

특별단속반은 업체 대표와 관리담당자에게 밀폐공간 작업에 필요한 3대 핵심 사항을 안내했다. 질식위험이 있는 공간을 파악하고 직원들의 무단출입을 금지하도록 했고, 충분한 환기와 구조용 기구 비치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업체 대표는 "이번 안전점검을 통해 사업장 내 밀폐공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지금까지도 무재해 사업이었지만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안전수칙을 잘 지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10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 한 수산물가공공장에서 발생한 가스질식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질식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사망 위험 큰 질식사고…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질식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모두 4명이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99명의 4%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질식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전 3년간(2016~2018년) 해마다 한 두 명에 불과하던 지역의 질식 사망자가 지난해는 4명으로 늘었다.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질식사고는 비중이 작지만, 사망 위험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일반 산재의 경우 사망률은 1%대 수준이지만, 질식 재해 사망률은 50%에 가깝다. 또 사고 때 2명 이상이 동시에 사망하거나 부상당할 가능성이 크다. 한 명이 쓰러지면 이를 구하려고 다른 사람들이 보호장비 없이 들어가 함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를 예방하려면 작업장 내 정보 전달과 안전보건 규칙 준수가 중요하다. 밀폐공간 작업은 협력업체가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원청 사업주는 질식 가능성이 있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협력업체와 실제 작업자 등과 공유해야 한다.

배순덕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차장은 "질식사고 예방은 사업장 내에 밀폐된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질식위험 공간에 대한 정확한 안내와 출입통제를 진행하고, 나아가 안전수칙을 세워 출입 허가제를 도입하는 등 관리·감독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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