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협상장에 앉히려는 엄포용이라는 분석 많아, ‘한시적 상임위원장 독식’ 의견도 나와
당내 강경파 이달 내 제3차 추경 처리 강조하며 실력행사 의지 비치기도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이 제1야당이 던진 초강수인 '전 상임위원장 포기' 카드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며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아직은 미래통합당을 협상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엄포용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당내 일부 강경파들은 '못 할 것도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는 중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이달 중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데에 여당 지도부가 맞장구를 치고 있어 다시 한 번 더불어민주당이 극약처방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고육책을 결행하기에는 아직 여론의 호응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전 상임위원장 여당 차지는 국회 공전(空轉)이 기존 기록을 경신하고 국민들로부터 더는 못 참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지만 시도해 볼 수 있는 최후의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23일 통합당을 향해 버티기를 계속할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날렸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양보할 만큼 양보했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망부석도 아니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이날 원 구성 협상 시한을 이번 주말로 못 박고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 개의를 대비해 25∼26일 국회 근처 비상대기(1시간 내 국회 도착)를 요청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국가 비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선택하고 결정한 후 그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통합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실력행사를 통해 여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다만 민주당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여당 상임위원장 독식을 검토한 바 없다"며 "11(여당) 대 7(야당)로 위원회를 맡는 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당의 합리적인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하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원내 지도부가 강온 양면전략으로 원 구성 협상에 속도를 더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중에도 당내에선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못 할 것도 없다. 전 상임위원장 차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도부에 힘을 실었고, 정청래 의원은 "신속한 추경안 처리를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라도 단독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산결산위원회는 민주당이 통합당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회 중 하나다. 예결위가 구성돼야 추경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백혜련 의원은 "민주당이 나머지 12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하고, 나중에 통합당이 원하면 돌려주는 한시적 원 구성도 하나의 안으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론이 국회 파행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느냐가 관건"이라며 "여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가져가기에는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지금은 좀 약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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