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서 상큼한 제철 과일들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살구는 6월 중순, 자두는 6월 말 부터 출하되기 시작하고, 복숭아는 7월 초 부터 출하되어 여름내내 다양한 품종의 복숭아를 맛볼 수 있다.
반려동물 건강 스토리에 과일이 소개되는 이유가 뭘까? 복숭아, 살구, 자두가 의외로 반려견에게는 매우 위험한 유혹이기 때문이다.
터키(포메라니언·10살·3㎏)가 동물병원을 방문한 시기는 지난 2월 이었다. 보호자는 터키가 2주 가량 먹지를 못하고 체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했다. 1년 전 디스크질환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서 인근 병원에서 관련된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되질 않아 우리 병원으로 의뢰된 케이스였다.
터키의 혈액검사 결과는 심한 전신염증 소견이 관찰되었고, 초음파 검사에서는 소장의 장염 소견과 장관내 내용물 정체가 두드러져 있었다. 의외로 대장은 정상적인 소견으로 관찰되었다. 이러한 증상은 종양 또는 이물에 의해 장이 불통(장폐색)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기본 X-ray(엑스레이) 상에서는 복강 내 종양이나 이물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뼈, 돌, 단단한 이물질, 거대한 종양은 X-ray 상에서 그 윤곽이 구분되는 편이지만 작은 종양, 비닐, 천, 목재, 과일씨 등은 복강 내 장기와 대변에 가려져서 구분이 쉽지 않다.
그래서 장폐색과 관련된 검사에는 X-ray 조영 촬영이 이용된다. X-ray 조영 촬영은 액체 조영제를 먹인 후 조영제가 위-소장-대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시간차를 두면서 반복 촬영하는 검사법이다. 촬영 각도를 다르게 하면 장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터키의 경우 X-ray 조영 촬영을 통해 장폐색과 그 부위를 진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을 막고 있는 이물질의 정체는 여전히 불명확했다. 크기와 형태로 보아서는 자두씨가 의심스러웠지만 터키가 내원한 시기가 한 겨울이고, 자두를 먹인 적이 없다는 보호자의 주장에 나로서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수술이 진행되었고 예상되로 소장 말단 부위가 막혀 있음이 확인되었다. 소장의 안쪽 지름보다 3배나 큰 이물질이 소장을 이동하며 장내 점막층을 찢어 충혈된 흔적이 길게 연속적으로 나 있었다. 자칫 소장이 일부라도 구멍이 뚫려버렸다면 심각한 복강 오염이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물이 제거되고 괴사된 폐색부위는 절제한 후 건강한 장관을 연결해주는 장문합술이 이루어졌다. 소장을 폐색시킨 이물의 정체는 자두씨였다.
수술을 마치고 터키의 장에서 제거한 자두씨를 보호자에게 보여드렸다. 그제서야 작년 여름에 자두를 먹은 사실을 떠올리시며 황당해 했다. 터키는 4일 후 건강하게 퇴원하였고 장문합술을 받은 만큼 1주 정도는 정해진 처방식을 잘 지켜주실 것을 가족들에게 당부드렸다.
여러 정황 상 터키를 괴롭힌 자두씨는 수 개월 전에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동물의 사망원인을 분석하고자 시행되는 부검에서 사망의 원인과는 관련없이 위 내에 자두씨를 비롯한 각종 이물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공간이 넓은 위 내에서는 자두씨가 불편을 초래하지 않지만, 위액에 의해 소화되면서 거친 표면이 부드러워지고 크기가 작아져 소장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소장의 안쪽 지름보다 자두씨나 복숭아씨가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살구씨, 자두씨, 복숭아씨는 여름철 반려견에게 위험한 유혹이다. 과일을 먹고 무심결에 버린 씨를 반려견은 뛰어난 후각으로 금방 찾아낸다. 과육이 붙어있는 상태의 씨는 미끄러워 삼키기 쉽지만 위액에 의해 과육이 소화되면 거친 표면이 드러나 구토를 하더라도 제거되기 어려워진다.
체중 5㎏ 이하의 소형견은 살구씨와 자두씨에 의해서도 곧잘 장폐색이 발생한다. 중형견도 복숭아씨가 장페색을 유발한 사례들이 많으므로 반려견에게 복숭아씨는 반드시 피해야 할 위험한 존재인 셈이다.
무심결에 길거리에 내 뱉는 자두와 복숭아씨는 이웃 반려견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임을 명심하고 주의하자.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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