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의 100산(山) 100설(說)] <5> 금오문의·연석단맥(문의봉~연석산)

입력 2020-06-24 17:00:00

용 승천했다는 세 마을, 지금은 김천혁신도시로 재탄생

문의봉 정상아래 전망바위. 백두대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명당이다.
문의봉 정상아래 전망바위. 백두대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명당이다.

금오지맥에서 김천 시내 방향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들은 감천에 막혀 짧은 단맥들로 이뤄져 있다. 지례면을 향해서는 금오궁을단맥과 금오문의단맥이 조마면 방향으로는 금오송림단맥, 금오가제단맥, 금오연석단맥이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금오지맥 고당산에서 갈라진 산줄기는 감천면을 좌측에 끼고 지좌동까지 뻗어 금오까치여맥을 이룬다. 금오산 거북바위봉에서 갈라진 산줄기는 김천혁신도시를 감싸는 금오운남단맥으로 이어진다.

불두산 정상
불두산 정상

◆금오문의·연석단맥에 얽힌 이야기들

▷조선 왕실이 주목한 명당 궁을산

김천시 지례면 관덕리 입구에 위치한 궁을산 정상에는 조선 17대 임금인 효종(孝宗)의 3녀 숙명(淑明)공주와 6녀 숙경(淑敬)공주의 태를 안치해 태봉으로 불렸다.

두 공주의 오빠인 조선 18대 임금 현종 즉위 원년인 1660년 조성된 태실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 태 항아리를 서삼릉으로 이안한 후 방치됐다. 1940년대 후반까지 태실비가 남아 있었다고 전하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두 공주의 태실에 대한 특별한 자료는 전해지지 않으나 1930년대 초에 간행된 '교남지'(嶠南誌)에 '弓乙者山 在郡南八里顯宗庚子藏淑明淑敬兩公主胎' 즉 '궁을자산은 군의 남쪽 8리에 있는데 현종 경자년(1660)에 숙명, 숙경 두 공주의 태를 안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물 없는 해평마을, 배 모양 길지에 구멍 나면 좌초

금오연석단맥이 갈라지는 염속산 아래 조마면 이전리는 옛 진바실과 해평, 불당골이 합쳐진 지명이다. 이 세마을 중 해평마을에는 우물이 없다. 우물이 없는 이유는 풍수지리로 볼 때 넓은 바다에 배가 떠 있듯이 마을이 조성되었는데 우물을 뚫을 경우, 배에 구멍을 내는 셈이라 마을에 우환이 닥친다는 것. 이 마을 사람들은 불편해도 인접한 불당골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고 전한다.

노고봉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김천혁신도시
노고봉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김천혁신도시

▷용이 승천한 길지, 김천혁신도시

김천혁신도시가 들노고봉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김천혁신도시가 들어선 곳은 옛 용전마을, 우래마을, 종상마을이 있던 곳이다. 이곳의 지명은 대부분 용과 연관이 있다. 용밭이라고도 불리던 용전마을을 마을을 개척할 당시 뒷산에서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고 하여 용 용(龍)자에 밭 전(田)를 써 용전마을이라 불렸다. 종상마을은 용이 승천하며 이 마을을 따라 올라갔다 하여 좇을 종(從)자에 위 상(上)자를 써 종상마을이라 불린다. 우래실마을은 용전마을에서 솟아오른 용이 종상마을을 지나 운남산에서 구름을 타고 승천할 때 천둥소리가 들렸다고 하여 천둥을 뜻하는 '우레'를 마을 이름으로 삼았다고 전한다.

용에 관한 전설이 담긴 세 마을은 일부 또는 전부가 김천혁신도시로 편입돼 현재는 마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연석산과 동대산 사이에 위치한 조림지
연석산과 동대산 사이에 위치한 조림지

▷흥양이씨 문중의 흥망과 왕바위

봉화산 아래 초곡마을에는 임금의 부마(사위)를 배출한 흥양이씨 문중이 번성했는데 스님들을 박대해 인근에 있던 사찰이 폐사했다고 한다. 이후 한 스님이 이씨 문중을 찾아와 부마산소로 불리는 조상산소 맞은편 왕바위를 보이지 않게 하면 집안이 더 번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말은 믿은 흥양이씨 문중은 왕바위를 흙으로 덮다가 여의치 않자 석공을 불러 왕바위를 깨뜨리니 바위 속에서 금빛 새가 날아갔다. 이후 집안이 쇠락해 흥양이씨가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초곡마을에는 칼로 잘린듯한 바위와 금빛 새가 날아갔다는 구멍 흔적이 남아 있다. 또 금빛 새 전설과 연관된 봉화산 자락에 일제시대까지 금광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문의봉에서 바라본 지례면과 부항댐
문의봉에서 바라본 지례면과 부항댐

◆ 금오문의·연석단맥 산행

▷김천의 동남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금오산 거북바위봉

거북바위봉으로 불리는 금오산제1전망대는 남면 부상리 금오산 등산로 주차장에서 출발해 사면을 따라 지그재그로 30여 분을 가파르게 올라야 능선에 닿는다. 바위에 마치 왕관을 씌워 놓은 듯 조성된 제1전망대는 암벽 아래를 돌아 뒤쪽에 만들어진 계단을 통해 오를 수 있다.

제1전망대는 그야말로 조망의 끝판왕이다. 북쪽으로는 황악산을 비롯한 김천의 백두대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가까이는 김천혁신도시와 김천시가 눈 앞에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영암산을 비롯한 금오지맥과 가야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금오산서봉을 지나 우장마을로 내려오면 된다.

불두산에서 바라본 감천
불두산에서 바라본 감천

▷ 김천혁신도시를 감싸 안은 금오운남단맥(절골산, 운남산, 노고봉, 봉화산)

금오운남단맥은 금오산제1전망대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김천혁신도시 쪽으로 뻗어 절골산, 운남산, 노고봉, 봉화산을 이룬다. 남면 송곡교차로에서 오봉저수지 쪽으로 이동하다가 고갯마루에 차량을 세우고 오른쪽 들머리로 향했다.

산행 들머리에서 절골산까지 산행은 다소 지루한 편이다. 절골산 정상은 별도의 정상표지 대신 이정표에 절골산임을 표시해 뒀다. 절골산에서 운남산까지는 다소 경사가 있지만, 점점 도심의 소음은 사라지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운남산 정상에 못 미쳐 만들어진 조망데크에 서면 남쪽으로는 금오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김천혁신도시를 바라볼 수 있다. 조망데크를 지나 잠시 걷다 보면 운남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큼직한 바위로 만들어진 정상석이 등산객을 반긴다.

운남산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김천혁시도시 동쪽 끝으로 내려가 종상마을을 거쳐 봉화산으로 오를 수 있다. 왼쪽은 김천혁신도시 남쪽에 위치한 노고봉을 거쳐 남면사무소로 하산할 수 있다. 노고봉을 지나 남면사무소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두 번째 전망데크를 만난다. 김천혁신도시를 조망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이곳을 지나 10여 분이면 남면사무소다.

봉화산은 노고봉과 더불어 김천혁신도시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혁신도시 내 기상통신소를 지나면 왼쪽에 있는 팔각정 옆이 들머리다. 주민들이 산책 삼아 오르는 곳이라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다. 40분 남짓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정상에는 최근 만들어진 정상석이 놓여 있다. 하산은 다소 가파르지만, 천동마을 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운남산에서 바라본 금오운남단맥, 절골산과 멀리 금오산이 보인다.
운남산에서 바라본 금오운남단맥, 절골산과 멀리 금오산이 보인다.

▷주조마국의 진산 불두산을 담은 금오연석단맥(연석산, 동대산, 신달이산, 불두산)

불두산은 삼한시대 읍락국가의 하나인 주조마국이 위치했던 조마면의 진산이다. 조마초등학교 뒤편 임도 정상 부근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따라 오르면 30여 분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연석산을 오르기 위해 조마면 신곡2리(철수동)에서 대방리로 연결된 임도 정상 부분에서 출발한다. 염속산 정상은 임도에서 불과 10여 분이면 도착한다. 염속산 정상을 지나 동대산을 향하는 길에 다시 만난 임도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으로 산 능선을 타고 동대산으로 향한다. 키 큰 활엽수와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동대산 정상 표시를 만난다. 동대산 정상은 산길 가운데 위치해 정상 표지가 없으면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동대산을 지나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 보면 신달이산 정상을 만난다. 신달이산 정상을 지나면 하산길이다. 왼쪽으로 산불피해 지역 조림지와 그 아래 임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로가 아니지만, 임도를 향해 하산키로 하고 가파른 조림지를 내려와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포장도로를 만날 수 있다.

노고봉에서 바라본 김천혁신도시
노고봉에서 바라본 김천혁신도시

▷지례향교 유생들의 기상을 담은 금오문의단맥(문의봉 문필봉)

지례향교 맞은편에 있는 문의봉과 문필봉은 지례면사무소 앞 감천을 건너 골재를 생산하는 석산 좌측에 위치한다. 석산 입구 대휴사란 절에 못 미쳐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문의봉 들머리다. 들머리에서 문의봉 정상까지는 계속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정상 오르는 길은 키 큰 나무에 가려 주변을 보기 힘들다.

문의봉 정상을 못 미쳐 오른쪽에 조망 바위가 있다. 바위에 오르면 부항댐과 그 너머 대덕산, 초점산 등 백두대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조망 바위를 거쳐 도착한 문의봉 정상은 키 큰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문의봉을 지나 거물리 방향으로 진행하면 문필봉을 만날 수 있다.

김천혁신도시
김천혁신도시

▷조선왕조의 태를 품었던 금오궁을단맥(궁을산)

조선왕조의 태봉으로 알려진 궁을산은 지례면 관덕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정상까지는 우거진 숲으로 인해 길을 찾기 쉽지 않다. 먼저 오른 산객들이 남긴 표지를 따라 좁은 산길을 오르다 보면 정상을 향하는 능선을 만난다. 능선에 오르면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태봉이란 기대와 달리 정상에는 별다른 표식 없이 김천시에 만든 정상표지만 있다.

노고봉 정상
노고봉 정상

◆ 금오문의·연석단맥에 속한 산들

▷연석산(蓮石山·599m) ▷동대산(東大山·566) ▷신달이산(백계산·469) ▷불두산(佛頭山·428) ▷거북바위봉(697) ▷절골산(330) ▷운남산(雲南山·376) ▷노고봉(364) ▷봉화산(烽火山·349) ▷문의봉(文義峰·455) ▷문필봉(文筆峰·482) ▷궁을산(弓乙山·365)

금오산제1전망대 오르는 길
금오산제1전망대 오르는 길

〈참고문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산경표(신경준 지음, 박용수 해설), 김천의 산(김천문화원), 한글산경표(현진상), 김천의 마을과 전설(김천문화원)

〈도움주신분들〉 자문=송기동·강주홍, 사진=박광제·이종섭, 드론=윤삼원, 산행=김삼덕·임상봉

〈연재순서〉 *김천시의 100명산 재지정으로 인해 연재순서가 변경됩니다.

1. 김천 100산 100설을 시작하며

2. 백두덕대단맥(신선봉 ~ 고성산)

3. 기양지맥과 백운단맥(백운산 ~ 감문산)

4. 백두난함단맥(문암봉 ~ 달봉산)

5. 금오문의·연석단맥(문의봉 ~ 연석산)

6. 백두대간(초점산 ~ 용문산)

7. 가야수도지맥(국사봉 ~ 목통령)

8. 금오지맥(삼방산 ~ 국사봉)

9. 백두호초당단맥. 백두덕대여맥(호초당산 ~ 소물산)

10. 기타 단맥 및 여맥(월매산 ~ 새목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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